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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IB토마토]1.5년래 이익률 ⅓토막 난 넷마블에게 웅진코웨이란?

'현재'와 '미래' 위한 절실한 선택

2019-10-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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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19년 10월 14일 1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손강훈 기자]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넷마블(251270)에게 웅진코웨이는 딱 맞는 짝이다. 현금 궁합과 실적 관점에서는 넷마블의 '현재'에, 구독경제·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넷마블의 '미래'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14일 넷마블은 웅진코웨이(021240) 지분인수에 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다. 웅진씽크빅(095720)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대가로 넷마블은 1조8000억원 중반대의 금액을 적어냈다. 이는 주당 10만원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1조8000억원과 1조9000억원 사이라면 매각 협상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넷마블의 '현재'를 바꾸는 카드 '웅진코웨이'
 
게임회사와 렌탈 업체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넷마블이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 역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입찰의 배경으로는 넷마블의 수익률 개선을 꼽을 수 있다. 넷마블은 리니지2레볼루션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2017년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했다. 국내 게임업계 빅3 자리에 오른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이후 내놓은 게임들은 한동안 흥행에 실패했다.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등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넷마블의 실적은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2%, 8% 수준이다. 자산 효율성 역시 줄었다. 연결 기준 넷마블의 순자산이익률(이하 ROA)은 2017년 말 9.5%에서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2.2%(연 환산 시)로 줄었다.
 
 
 
넷마블에게 웅진코웨이는 이를 뒤집을 충분한 카드다. 지난 반기 웅진코웨이의 영업이익률은 18.2%다. 웅진코웨이의 높은 마진율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웅진코웨이의 지난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18%다. 올 상반기 말 ROA도 10.6%(연 환산 시)로 넷마블 ROA보다 5배가량 높다. 높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완연한 성장세도 이어가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2분기 매출 7555억원, 영업이익 1382억원을 올렸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역대 분기를 통틀어 최대치다. 매출액 역시 넷마블의 70~80% 수준이다.
 
 
정리하면 웅진코웨이는 넷마블보다 영업이익률이 2~2.5배 높고, 매출액은 넷마블의 70~80%인 회사다. 2017년 말 넷마블의 영업이익률보다는 떨어지지만, 웅진코웨이의 현재 매출과 마진율은 넷마블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넷마블, 현금 과다 보유가 오히려 '독'
 
회계 상(연결기준) 넷마블은 지난 반기 말 기준으로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을 1.72조원 보유하고 있다. 풍부한 현금으로 인해 회사의 건실성은 높아졌으나,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많아질 수 있다. 칼 아이칸(Cahl C. Icahn)이 삼성전자(005930)에 배당 성향을 높이라고 한 것이 일례다. 칼 아이칸은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보다 단기적인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다. 또한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순자산이익률 관점에서는 손해이기도 하다. 기업은 자산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지만, 넷마블은 현금을 들고만 있다. 즉, 자산을 활용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초과 현금(Excess Cash)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최근 저금리 기조를 고려하면 은행에 돈을 보유해봐야 그 이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면 주주들의 배당 압력은 커질 것"이라면서 "이런 회사들은 인수합병(M&A)에 대한 수요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넷마블은 최근 많은 투자를 했다. 넷마블은 해외 게임사들을 인수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끊임없이 나서면서, 게임과 교배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분야 진출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4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지분투자를 단행,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게임 BTS월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웅진코웨이 코디가 고객에게 워터맵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웅진코웨이.
 
미래 위한 카드 '구독경제 플랫폼 시너지'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입장문을 통해 "구독경제는 최근 글로벌에서 고속 성장 중으로 자사가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IT기술(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및 IT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글로벌에서의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핵심은 구독경제와 스마트홈, IT기술이다. 최근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하고, 이와 관련된 소비가 늘어나는 등 소비트렌드가 변하면서 월 또는 주 단위의 기간 동안 일정 수준의 이용료를 받고 서비스나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구독경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홈은 가정 내 인터넷으로 연결된 가전제품들을 이용자의 스마트폰 앱 또는 음성명령을 통해 작동 등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사의 IoT(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생각하면 된다.
 
넷마블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기술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넷마블은 기술전략실, 마젤란실, 콜럼버실, QA실, TPM실, 웹개발실, 플랫폼개발실, 인프라실, 빅데이터실, 보안실로 연구개발 담당조직을 구성해 게임과 관련된 AI, 데이터분석, 보안모듈 등을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의 연구개발비용은 2017년 3119억원에서 2018년 41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1899억원이 투입됐다. 넷마블이 갖고 있는 탐지 시스템, 프로필 서비스 시스템, 게임 밸런스 테스트 자동화, 게임 내 음성 명령 시스템 등에서 활용된 딥러닝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음성 AI 등의 기술과 렌털업체 1위인 웅진코웨이의 자산을 융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보유할 경우 한 쪽 고객(구독자)을 다른 한 쪽으로 전이시킬 수 있다"면서 "코웨이의 경우, 현재는 방판(방문판매)이 주력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웅진코웨이와 관련해 입장문에 인수 참가 이유와 계획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박기범·손강훈 기자 5dl2la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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