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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검찰개혁 시동)④참여정부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찍어누르기식 개혁은 실패확률 높아…조국 수사 최대 변수

2019-09-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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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을 정도다. 여기엔 노무현정부가 실패한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적폐청산'에 보다 힘이 실리면서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들은 모두 뒤로 밀려났다. 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다시 개혁 작업이 시작됐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명박정부에서는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이 일면서 검경 개혁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박근혜정부도 2014년 권력형 비리 등의 수사를 위해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했다. 2013년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반부패부를 신설했다. 반부패부는 직접 수사 기능은 없지만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지휘·감독·지원하는 총괄지휘부 역할을 맡는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빛좋은 개살구라는 평을 피하진 못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산하며 검찰의 권력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현정부의 시도는 과거 이런 일차원적인 개혁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어렵다. 여권은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라고 말하지만, 이미 노무현정부 때 검찰개혁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인사위원회 활성화, 검찰총장의 인사, 보직에 관한 의견개진법 마련 등 개혁을 추진할 여건이 훨씬 좋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본질적인 검찰개혁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분리 등을 전혀 진전시키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도 이를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고 회고했다.
 
노무현정부의 검찰개혁 패인 중 하나는 검찰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다고 착각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마련한 평검사와의 대화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검찰의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검사들은 공개 반발했고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이 생중계됐다. 이후에는 오히려 대선자금 수사 등 검찰의 역습을 받으면서 개혁의 핵심 중 하나였던 대검 중수부 폐지마저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검찰개혁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둘을 쌍두마차로 검찰과 사법부 전반에 대한 개혁 법제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윤 총장은 7월 인사청문회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이 핵심인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국회에서 거의 성안이 다 된 법을 검찰이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폄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도 민정수석 시절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호흡을 맞추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며 "검찰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고 이끌어가면서도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검찰총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황은 좋지 않다. 검찰의 칼은 조 장관을 향하는 중이다. 딸의 대입특혜 의혹부터 가족펀드에 이르기까지 조 장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수사를 받고 있으며, 조 장관 역시 피의자 신분이 거론되는 중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 반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의도를 떠나 개혁이 또다시 엎어지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개혁에 대한 검찰의 반발은 예상했던 것"이라며 "조국 장관이 잘 해낼 것이라 믿지만, 한편으론 공격의 빌미가 많은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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