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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름

(현장에서)일본 경제보복 저지선 된 '김'

2019-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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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 보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농수산물은 통상 규제에서 빗겨나 있지만 일본이 한국 농수산식품의 수입 규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어가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수출 규제가 수입 규제로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나 중화학공업, 정보통신기술이 아닌 농수산업까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일 주요 수출 품목인 김은 일종의 저지선으로 여겨진다.
 
한국 김은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수출 효자 상품이다. 작년 한국의 수산물 수출액은 23억7700만달러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 중 김 수출 실적은 5억2500만달러를 차지했다. 전체 김 수출 중 22%인 1억1800달러가 일본으로 수출됐다.
 
일본 입장에서 김은 한국과 중국 외에 대체 수입국을 찾기 어려운 품목이기도 하다. 일본은 국내 수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할당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입 김 할당 총량은 약 30억장이다. 김 수입 할당은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해서만 적용돼 두 나라가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김은 연간 80억장이 유통된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삼각김밥용 김과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식당 등 요식업 수요가 70%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일반 가정 식탁에 오른다.
 
이렇게 중요한 김이 작년 일본에서 최대 흉작을 기록했다. 유통량이 15%가량 줄었고, 가격도 약 7% 올랐다. 일본 김 흉작의 원인은 겨울 해수온도 상승, 미야기현 중유 유출 등이 꼽힌다. 이같은 환경 문제는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워 일본산 김 감소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수입 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김을 일본의 무역 규제 조치 저지선으로 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본 내 생산도 부족한 품목에 제재를 가한다면 서로 손해만 입는 경제 보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김을 규제할 것이라는 관측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김이 갖는 수산물 수출의 상징성 때문에 정부와 어민들은 한일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남 완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일본이 수산물 검역을 강화하는 등 규제를 도입할까 논의에 나섰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수산물 수출 판로를 늘리고, 보다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김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에만 그치는 다른 농수산물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얘기다.
 
차오름 정책부 기자 ris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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