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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인터뷰)노엘 갤러거 "K팝·BTS 인기라고? 난 몰랐다"

"K팝, 시리얼 이름 같기도 하다"…역으로 BTS 관한 질문 세례

2019-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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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일 서울 삼성 인터콘티넨탈 호텔. 인간 노엘 갤러거에 관한 질문들이 잠시 숨 고르기 할 무렵. 'BTS' 세 음절의 단어가 던져졌다. '현대판 비틀스'로 불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관한 질문. 그의 한 마디에 실내가 아수라장이 된다.
 
"BTS? 그게 뭐냐? 들어본 적도 없다." 
 
오는 6월1일 웸블리 공연을 앞둔 그룹이라 하자 "완전히 미쳤다"고 아연실색한다. 이미 티켓 매진이라 하니 역으로 질문 세례를 퍼붓는다. "어떤 종류의 음악 하는데? K팝? 그건 또 뭔데? 꼭 시리얼 이름 같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최근 미 대륙에서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그룹을 '비틀스의 재림'인 그가 흥미로워했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영국식 조크로 분위기를 끌어간다. "웸블리에서 노래를 한다고? 와우. 꼭 가봐야겠네. 영어로 노래하니? 한국어로? 그들이 현대판 비틀스? 내 세계를 지배한다고?"
 
노엘의 평소 음악 취향, 빈말 없는 특유의 직설화법을 고려한다면 대단히 호의적인 수준의 반응이라 볼 수 있다. 평소 눈 여겨 보는 신인 뮤지션으로 록 사운드를 추구하는 팀들을 종종 거론했었다. 4년 전 내한 왔을 때도 그는 영국 밴드 카사비안과 악틱 몽키즈의 음악이 좋다고 했다. 반면 영국 출신의 세계적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탁월한 가창력으로 주목받는 아델은 그의 독설을 피해갈 수 없었다.
 
노엘 갤러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BTS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이내 오늘날 세계 음악 시장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됐다. 손가락을 쭉 펴더니 하나씩 접어가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내가 어렸을 땐 할 수 있는 건 몇 개 없었다. 3개 뿐인 TV 채널 보기, 라디오 듣기, 축구하기, 기타치기. 그런데 지금 내 딸을 보면 10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끝도 없다. 기술의 발달이 모든 것을 바꿨다. 굳이 음반을 사서 듣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돼 버렸다. 기술의 변화가 결국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의 주인의식이나 열정을 없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팝에 밀려 위기에 처한 오늘날 록의 환경을 그는 '자본'의 관점으로도 해석한다. "앨범을 만들 때 많은 뮤지션들이 그 앨범의 청사진을 보기보다, 무엇이 돈을 만드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나. 요즘 음원 차트를 보면 모든 음악이 똑같이 생산되는 것 같다. 비욘세나 마돈나 역시 보컬 스타일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음악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K팝이 인기가 있다고 하니 그 쪽으로 우루루 가는 것도 그렇고. 물론 내가 오아시스 할 때 누구든지 오아시스를 하려고 우루루 몰려오기도 했지만. 아직도 메이저 팝씬에는 끔찍한(Dreadful) 음악들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 들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미스터리하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오아시스 활동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 친구들이 열광하는 걸 보면 항상 불가사의하다"며 "그런 광경을 보면 내가 그들 나이 때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는(Timeless)' 뭔가를 만들어 냈나 싶다. 20살 때 만들었던 노래가 한국에 있는 18세 소녀에 의해 불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랍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1년 만의 내한 공연에는 4300여명이 몰렸다. 그중에서도 눈에 자주 띄는 세대는 유독 젊은 팬층이었다. 솔로곡들부터 오아시스 명곡들로 꽉 채워진 셋리스트를 그들은 이미 내재화하고 있었다. 공연 시간은 온전히 그들의 것이었다. '홀리 마운틴(Holy Mountain)', '잇츠 어 뷰티풀 월드(It's a Beautiful World)' 등 노엘이 구축한 새 세계를 흠뻑 느끼고, '왓 에버(Whatever)', '원더월(Wonderwall)' 등 오아시스 명곡들을 목놓아 따라 불렀다. '타임리스'한 것들이 연신 부유했다.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 공연 모습.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가정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 테크놀로지 발달이 가속화한다. 지구 상에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 인간 고유의 소리가 사라진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너바나, 퀸, 더후, …. 인간의 육체로부터 뿜어지던 명곡들이 하나둘 잊혀진다. 소멸한다. 기계가 빨아들이는 뮤직 블랙홀의 세계.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노엘은 후대에 어떤 곡을 남겨두고 싶을까. "음.. 글쎄.." 진갈색 선글라스에 투사된 햇빛이 다시 두 눈을 반짝였다.
 
"가장 최근에 나온 '블랙 스타 댄싱(Black Star Dancing)'. 만들고 내가 감탄한 곡이다. 모던하지만 내 색깔이 들어 있어 만족한다. 최근에 한 일 중 가장 맘에 든다."
 
"다만 후대에 남는 곡을 내가 결정할 수는 없겠지. 아마 오아시스 팬들은 둘로 나눠지지 않을까. 원더월(Wonderwall)과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아, 뭐 '샴페인 수퍼노바(Champagne Supernova)'도 조금 있을 수 있겠고."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 공연 모습.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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