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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분양 시장의 어두운 터널 끝은

2019-05-08 15:47

조회수 : 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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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쓰나미다. 이달 들어 6만 가구가 넘은 아파트 물량이 쏟아진다. 6만2581.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467가구보다 약 2배 가량 많다. 5월 기준으로는 2000년 이후 최다 규모다. 19년만의 물량 풍년이라 부를만하다.
 
지난해 밀린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을 기미를 보이자 차차 분양을 미뤄왔다. 서울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분양에 나선 단지는 19곳.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곳에 그쳤다. 서울의 분양 단지가 늘어난 것은 얼핏 건설업계에 고무적인 사건으로 비친다. 지방에선 미분양 곡소리가 나지만 서울은 그럴 염려가 ‘0’에 가까운 곳이다. 
 
분양 시장의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쓰나미’는 재앙이다. 정부발 규제는 여전하고 업계에선 웃음소리를 듣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미뤄봤자 나아질 게 없다”라고 토로했다.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물량을 털어버리려는 듯 하다. “어차피 분양을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다. 정권이 바뀌려면 아직 절반 가까이 남았다”는 게 건설사의 공통된 판단이다. 눈물 젖은 겨자맛 분양이다.
 
밀려오는 공급을 소화할 수요가 있을까. 서울만 해도 올해 1분기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직전분기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대출 규제는 건재해 실수요자의 자금줄을 묶어놓고 있다. 집값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만 일시적 상승이란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집값 줄다리기는 아직 팽팽하다. 올해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여기저기서 곡소리도 들린다. 업계나 수요자나 힘들긴 매한가지. 집값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전히 집값이 높다”라며 더 힘써달라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일부 전문가들도 “집값이 높다”라고 꼬집는다. 어쩌면 지금의 고통이 집값 안정화를 위한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업계와 수요자 모두 열매에 만족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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