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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 음악시상식, 한계는?

2018-11-27 17:49

조회수 : 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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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즈음 그 해 음악계를 정리하는 음악 시상식이 열리곤 합니다. KBS, SBS, MBC 등 지상파에서 대상을 주곤 하던 문화는 90년대 후반 무렵 이제 막 태동하던 케이블 채널로까지 확산됐습니다.

'한국 음악 시상식의 세계화'가 시작된 건 2009년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AMA)'때부터 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카오에서 처음 해외 개최를 시작한 이 시상식은 약 10년이 흐르는 동안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에서 열리며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이에 다른 케이블 채널부터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업체에 이르기까지 '음악 시상식'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에 이르렀고, 올해 기준으로만 약 10여개가 넘는 행사가 준비되고 개최되고 있습니다. 세계로 활동 반경을 넓힌 케이팝 여세에 시상식이 힘을 더한다는 분위기로도 읽힙니다. 

다만 뮤비 조회수나 투표 조작 등 일부 문제적 행동, 아이돌 음악에 치중돼 있다는 장르편중의 문제, 아시아를 대표한다고는 하나 '케이팝' 위주의 시상 등은 여전한 한계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케이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만큼 시상식 역시 공정성과 권위를 갖춰야 한국판 '빌보드어워즈'나 '그래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날 한국 음악시상식의 현주소와 한계를 짚어봅니다.

 

지난 11월 MBC플러스와 지니뮤직의 음악시상식에서 선보여진 찰리푸스와 방탄소년단(BTS) 협업 무대. 사진/유튜브 캡처

1. 올해로 10주년 'MAMA', 한국 음악시상식을 세계로  

'10주년' MAMA "아시아 음악 글로벌 '주류'로 만들 것"
(뉴스토마토 읽어보기)

지난 1999년 ‘엠넷 영상음악대상’으로 시작한 이 국내 최대 규모 음악 시상식은 2009년 ‘MAMA’로 명칭을 바꿨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음악시장의 화합과 교류의 장이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서기 위함이었다. 
 
2010년 마카오를 개최지로 선택했고 이후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에서 개최됐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일본, 홍콩 등 아시아 3개 지역에서 열렸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186개국에 생중계됐고 250팀의 아티스트 출연했으며 동영상 조회수 190억뷰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국내 음악시상식의 세계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MAMA입니다. 1999년 뮤직비디오의 수상자를 가리던 이 시상식은 오늘날 한국과 아시아 음악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파급력 있는 자리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센터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AMA)’ 기자간담회에서는 초창기부터 아이디어를 그리고 발전시켜왔던 이들의 지난 10년 성과를 살펴보는 자리였었습니다. 마카오 첫방이 엎어질 뻔 했던 기억부터 케이팝에 대해 바뀐 세계인들의 시각 등 지난 10년간의 경험담들이 이야기됐습니다. 한국과 아시아 음악시상식을 세계의 '주류'로 만들겠다는 미래 10년의 포부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김현수 CJ ENM 음악컨벤션사업국장. 사진/CJ ENM

2.MAMA와 유사한 시상식, 올해만 총 9개

한 해 가요시상식만 9개…'한국판 그래미'는 대체 언제쯤
(오마이뉴스 읽어보기)

각종 케이블 채널, 종편, 기타 음원 업체 주최 행사들이 급증하다 보니 지상파 주최 연말 시상식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상을 둘러싼 분위기는 되려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음악 시상식은 다음과 같다. 

소리바다 K팝 어워즈(8월), MBC플러스 지니뮤직 어워드(11월),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드(11월, K팝+드라마 총괄),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12월), 멜론 뮤직 어워즈(12월), 골든디스크(1월), 서울가요대상(1월), 가온차트 뮤직 어워드(2월), 한국대중음악상(2월)


=MAMA가 시작한 음악시상식 트렌드는 비슷한 시상식들이 대거 생겨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만 총 9개가 개최되는데 지난 11월 이미 개최된 MBC플러스 지니뮤직을 보면 어느정도 세계화의 추세에 맞춰가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찰리푸스를 초청해 방탄소년단(BTS)과 협업무대를 연 이 시상식은 올해 처음 열렸음에도 '콜라보' 자체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케이팝 스타들의 활동 반경이 해외로 점차 넓어지면서 국내 시청자만 염두에 두던 시상식들도 아시아 등 세계 시청자 쪽으로 타깃층을 확대하는 모양새입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센터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AMA)’ 기자간담회. 사진/CJ ENM
 
3. 장르 편중과 순위 조작, 끊이지 않고 있는 잡음

'10주년' MAMA "아시아 음악 글로벌 '주류'로 만들 것"
(뉴스토마토 읽어보기)

하지만 장기적으로 개최돼 오면서 잡음도 많았다. 매년 MAMA 투표 때마다 뮤비 조회수나 투표를 조작하는 일부의 행동이 문제가 됐고, 아이돌 음악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김현수 국장은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선 지난해에도 실시간으로 대처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다”며 “올해 역시 가장 공정한 시상이 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르 평중과 순위 조작 등의 문제는 우리나라 시상식이 지닌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장르 편중의 문제는 국내 시상식의 원조격인 'MAMA'조차 특별한 솔루션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아이돌' 음악에만 편중된 흐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MAMA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시상식들도 별다른 특색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음원 순위, 높은 음반 판매량이 없는 가수라면 후보에서 배제되는 등 철저히 상업적 성취에만 치중합니다. 비슷한 시상식이 늘면서 되려 상의 권위도 떨어지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대중들도 적지 않습니다. 전날 MAMA 간담회에서도 그에 따른 대안들을 고려하고는 있으나 핵심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한심해 보여? 아이돌 팬들 오늘도 ‘스밍 총공’ 나선다
(한겨레 읽어보기)

정덕현 대중음악평론가는 “팬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가 음원을 냈을 때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음원 차트가 팬덤에 의해 좌지우지될 정도로 약해 실질적인 대중의 욕구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드레이크 같은 가수의 신보가 나오면 차트를 싹쓸이한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이동하는 데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도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자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제작자는 (음악을 제작할) 엄두도 못 내게 된다. 평등과 공평함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게 현재 음악 차트의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팬들의 입장에선 본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원을 계속해서 돌리는 게 자신들의 일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대중의 욕구나 취향을 왜곡한다는 음악업계의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MAMA 측에서는 기술팀을 동원해 매크로나 조작 등을 일일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음원 차트 및 시상식에 관한 제도적 보완점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앱. 사진/뉴시스·AP

4.한국판 '그래미 어워즈'는 영영 불가능한 것일까

송승환 "K팝은 한국 문화유산…'KPMA' 공정한 시상식 돼야"
(뉴스토마토 읽어보기)

‘2018 대한민국대중음악시상식(2018 KOREA POPULAR MUSIC AWARDS(KPMA)’는 대한가수협회·한국연예제작자협회·한국음반산업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을 망라한 시상식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콘텐츠 제작자와 연출자 이전에 한 명의 아티스트이기도 한 송승환 총감독이 ‘2018 KPMA’을 더욱 의미있는 행사로 보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타파하려는 움직임도 최근 일고 있습니다.

KPMA는 올해 처음 열리는 시상식으로 시상식의 '공정성'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평가자나 자문위원들도 국내 음반 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맡게 됩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상 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 등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을 망라한 시상도 준비 중입니다. 

이 시상식은 전문 심사위원단과 온라인 투표를 합산해 진행하는데, 한국의 '빌보드어워즈'와 '그래미어워즈'처럼 모두가 인정하는 권위있는 상을 비전으로 내세웠습니다. 

한 해 가요시상식만 9개…'한국판 그래미'는 대체 언제쯤
(오마이뉴스 읽어보기)

최근 10년 사이 허비 핸콕(재즈), 로버트 플랜트, 앨리슨 크라우스(컨트리)등 의외의 작품들이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앞세워 그래미 올해의 음반 부문을 차지하는 식의 사례를 우리 시상식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이런 관점에 비중을 높게 두고 상를 수여하긴 하지만 주최측의 열악한 재정 상황과 맞물려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그래미어워즈는 음악성이 높은 의외의 작품들에 상을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 한 가지 특정 장르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상을 주면서 총체적인 음악 산업 영향이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업적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는 분야별로 음악성을 평가하고 상을 주는 시상식 '한국대중음악상'이 고곤분투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재정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고, 다른 여러 시상식들도 주최 측과의 관계를 고려하거나 팬덤의 소모적인 대결에 공정한 시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케이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그래미와 빌보드 같은 권위있는 상이 생긴다면 MAMA 측이 내세웠던 아시아음악의 글로벌 '주류' 현상도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요? 

기존 시상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시상식 문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PMA와 한국대중음악상이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2018 KPMA' 포스터. 사진/'2018 KPMA'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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