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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30년만에 진상규명한다(종합)

김용원 당시 검사 "전두환이 수사 외압"…법원·검찰 은폐 동조 의혹

2018-11-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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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를 대법원에 신청했다. 이로써 30여년만에 희대의 인권유린 의혹 사건이 다시 법정위에 서게 됐다.
 
대검찰청은 20일 "문 총장이 형제복지원 관련 피해자들을 작업장에 가두고 강제로 노역에 종사시키고 가혹행위를 한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이날 비상상고했다"고 밝혔다. 비상상고는 형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리가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불복신청을 하는 비상구제제도이다. 대법원은 그 원심판결이나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되었다고 인정할 때에 판결 또는 소송절차의 법령위반 부분을 파기하게 된다. 
 
형제복지원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월17일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사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최기철 기자
 
사건 당시 1심 법원인 부산지법 울산지원은 특수감금 및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된 원장 박인근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인 대구고법은 ‘주간의 특수감금 행위 부분’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야간의 특수감금 행위’까지도 무죄라고 판시했다. 복지원생들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박인근이 복지원의 출입문을 잠그는 등 이탈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정당행위라는 것이 대법원 논리였다. 대법원은 당시 발령 중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문 총장은 이번 비상상고 결정에 앞서 "당시 내무부 훈령이 ‘추상적으로 규정된 부랑인을 임의로 단속할 수 있게 하고, 수용인들의 동의나 수용기한을 정함이 없이 수용시설에 유치하도록 한 규정’으로서 법률에서 일체 위임을 받은 바 없는 훈령으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며, 부랑인 등의 개념이 극히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풀이했다. 또 수용자들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며,  신체 자유를 법에 근거하지 않고 침해한 것으로서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는 등 명백히 위헌이라고 봤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 북구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인 형제복지원의 원장 등이 공모해 1986년 7월부터 1987년 1월까지 경남 울주군에 있는 울주작업장에서 경비원과 감시견을 동원해 수용자들에게 석축 공사 등 강제노역을 시키고, 도망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려는 수용자들을 목봉으로 폭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가한 사건이다. 그중 일부 수용자는 폭행으로 사망했다.
 
부산 북구청으로부터 시설 운영비 및 구호비 등의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을 횡령한 것에 대해 수사검사가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행위(당시 수용자 3000여 명) 전반을 수사하려고 했으나 검찰 지휘부, 정부, 부산시 등의 외압에 의해 축소 수사를 하게 됐고, 축소된 공소사실마저 법원에서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상당한 폭발력이 내재돼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촉매가 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6월 민주화 항쟁'이 이어지면서 전두환 정권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오랬동안 있어 왔다. 당시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에 대한 정밀 수사가 불가피하다.
 
당시 사건 담당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는 지난 1월 형제복지원대책위원회와 함께 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년 전 오늘은 형제복지원장을 구속한 날"이라며 "울주군 야산 작업장에서 복지원 노동자들이 강제노역하는 것을 발견하고 수사하려 했지만 부산지검장과 차장검사가 조사를 막았다"며 "수사방해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 지시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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