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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특정매체 통해 '상고법원' 집중 홍보

기획보도·설문조사·칼럼 등 요구…"사법부 예산 10억 지원" 언급

2018-07-3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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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특정 보수 언론을 이용해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됐다. 보수 매체를 이용한 여론조사를 계획하며 이를 법원 예산으로 충당하려는 방안까지 적시됐다.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2015년 9월20일 '조선일보보도요청사항', 그해 5월6일 '조선일보방문설명자료', 그해 4월27일 '조선일보홍보전략' 문건 등 가운데 먼저 '조선일보홍보전략'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을 수립하며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하는 기사를 국회 법안 심의 일정을 고려해 2015년 5월말에서 6월초 집중적으로 게재하고 6월 국회 개원 직전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획기사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는 객관화·수치화된 표지 확보를 위해 설문조사 실시 계획도 짰다. 법원행정처는 "대한변호사협회·서울지방변호사회 설문조사 결과가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상황에서 상고법원 도입 찬성 입장에서 인용할 수 있는 유리한 조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또 "방어적·수세적 홍보에서 적극적·공세적 홍보로 나아가야 할 상황이다. 돌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전문 설문조사기관에 지급할 용역대금 지원이 필요하다.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관련 광고 등 게재하면서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대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반재판운영지원 일반수용비 중 사법부 공보·홍보 활동지원 세목 약 10억원'이라고 적으며 법원 예산을 이용하려는 계획도 담았다.
 
4개월 뒤 작성된 '조선일보보도요청사항' 문건을 보면 '연내 상고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강화 방안'이라는 제목을 내세우며 한발 더 나아간다. 법원행정처는 이 설문조사로 "상고법원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유도하고 긍정적 여론 조성 및 실증적 근거 없이 막연한 추측에 근거해 다수 국민의 의사를 상고법원 반대로 규정짓는 주장을 일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다양한 연령·지역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시기까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상고법원안 논의 시점에 맞춰 계획을 짰다. 또 상고심 사건의 소가 총액(5조)과 당사자 총수(12만)에 관한 기획보도·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전문가 지상좌담회·사내 칼럼(논설위원 등)·기고문 등 5가지 요청사항 개요를 적시했다.
 
특히 사내 칼럼의 경우 "설문조사 진행 기관으로서 조사 결과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시하는 취지여야 한다"며 '국민이 바라는 상고제도 방향 + 상고법원안의 쟁점과 대안 + 법안 처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 확인(설문조사 언급)' 등을 언급했다. 기고문의 경우 "설문조사 결과 및 지상좌담회 논의를 접한 이후 국민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며 '상고제도 개선의 중요성과 역사적 의미 +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더는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 확인 계기 + 국회 논의에서 최종 결론 기대' 등을 적시했다.
 
설문조사 비용을 법원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법원행정처 문건. 사진/법원행정처
 
앞선 단계로 보이는 '조선일보홍보전략'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사내 칼럼에 대해 상고법원 관련 내용의 작성 시기와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칼럼 작성 전 집필진에게 관련 자료 및 집필 내용에 관한 기초 보고서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이끌어 가는 형식의 '지상 좌담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제언하고 법안 처리 시급성과 국회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선일보 관련 외 다른 문건에서도 언론을 분석해 대응하려는 양승태 법원행정처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2015년 6월1일 작성된 '전통매체홍보전략'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주요 언론에서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 및 사설이 다수 게재됐는데 여세를 몰아 여론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상고법원 관련 신문·방송 홍보전략 수립안을 문건으로 작성했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는 "전통매체로 파급력이 큰 신문·방송의 구체적 홍보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도입필요성에 관한 정보전달 및 설득'에 중점을 둔 홍보전략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기정사실화 한 후 보완책 논의에 중점을 둔 '굳히기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특히 '보수 성향 언론'과 '진보 성향 매체'로 언론사를 구분하고 매체에 따른 기본전략을 세웠다. 먼저 보수 성향 언론사의 경우 "공세적 논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상고법원에 관해 '한배를 탄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의 지속적인 기사를 게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론조사결과를 근거로 입법부에 조속한 법률안 처리를 촉구하는 강한 논조가 가능하도록 설득 작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언론사의 경우 "우호적 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독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명분으로 대등한 지면 요구·확보하는 전략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최소한이라도 진보 성향 매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상고심 개선이 시급해 더는 도저히 미룰 수 없다는 취지의 기사 게재만으로도 입법 환경 조성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2015년 6월7일 작성된 '신문방송_홍보2(종편지역지)+2' 문건을 보면 "지방 유력언론 및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체계적 홍보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에 매체 특성에 맞는 구체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지역지의 경우 법안 통과에 영향력이 큰 법사위의 반대파 위원 지역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중앙지와 함께 전방위 압박을 가해야 한다. 종편의 경우 한정된 시사평론 패널이 반복적으로 출연하고 이들을 포섭 및 활용해야 한다"고까지 적었다.
 
지역 유력지 홍보 방안의 경우 "기고, 기사보다 사설 또는 데스크의 사내 칼럼을 추진해 지역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단기간에 지역구 의원에게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상고법원 공청회 무렵 각급 법원을 거쳐 유력 지역지에 상고법원 찬성 기고문을 일제히 게재해 진일보된 수위의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를 위해 확인했던 문건 전부를 공개하기로 한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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