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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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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저축보험 찾는데 연금·종신 권유하는 분은 대체

도대체 고객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죠?

2018-07-24 17:04

조회수 : 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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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감할 기사를 쓰고 그에 붙일 만한 사진을 찍으러 은행 지점 몇 곳을 돌았습니다. 

저축보험 플래카드가 벽에 걸린 풍경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엔 많이 봤는데, 오늘은 네 군데를 들렀는데도 한 곳도 플래카드는커녕 저축보험 홍보 포스터도 안 보이네요. 금융상품 팜플릿을 비치해두는 안내창구에도 저축보험은 보이질 않습니다. 금융감독기관에서 무슨 지침이라도 내렸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창구에 직원과 마주앉아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물으며 안내장을 받기로 했습니다. 유인물을 챙기는 것이 목적이라 간단하게 상담하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직원분들께는 실적이라 쉽게 놔주지를 않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은행 지점에 들렀을 때입니다. 대기표 번호가 뜬 곳으로 가서 앉았는데 방카슈랑스 담당직원이 아니었는지 옆자리 행원이 “저축보험” 얘기를 듣고 응대를 합니다. 자기 고객은 다른 행원에게 맡기도 제 앞으로 옮겨 앉았습니다. 저축보험도 보험이라서 생년월일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며 알려달라는군요. 순수 저축보험의 경우 특히나 은행에서 판매하는 저축보험은 환급률에 포커싱한 상품이라 가입자의 나이가 위험보험료 산정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알려드렸습니다. 

두 가지 설계서를 춭력하더군요, 미리 밝혀둘 것은, 저는 창구에 앉자마자 직원에게 가입 목적을 정확하게 밝혔습니다. “10년만기 저축보험을 찾고 있다. 10년짜리 보험에 가입해야 이자소득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비과세든 뭐든 이자가 가장 많은 상품을 골라 비교해서 가입하기 위함이다. 비과세한도가 있다던데 그 한도액을 채워서 납입할 거다.” 이렇게 말했어요. 

보험료를 굳이 10년 내내 납입할 필요는 없지만 5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10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됩니다. 월납입 보험료는 150만원까지 가능하구요. 다 알고 있기에 일부에 그에 맞춰서 주문한 것이죠. 정확하게 알아야 업무 처리도 빨리 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 행원은 두 개의 서류 중 하나를 내보였습니다. 5년납 10년만기로 뽑았다더군요. 뭐, 그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서류 윗부분 공시이율과 표의 중간쯤 10년차 환급률을 보니까 다른 은행에서 뽑은 것과 제법 차이가 있더군요. 저축보험은 다 비슷비슷할 텐데 좀 이상해서 갸웃했습니다. 행원은 열심히 설명을 이어가더군요. “10년 유지해도 되지만 80세 때까지 유지하면 환급률이 이만큼 나온다”며 빨간 펜으로 환급률에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80세?’ 이 대목이 이상했습니다. 저축보험이 무슨 80세? 계약자들은 비과세 혜택 받자고 10년 기다리는 것도 답답할 텐데 20년, 30년 후 환급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시나 해서 설명서 맨 앞장을 확인했습니다. 거기엔 ‘***연금보험’이라고 찍혀 있더군요.
 
“저는 연금보험 필요 없는데요, 저축할 거라니까요. 저축보험을 보여주세요.”
 
“80세로 길게 뽑았지만 10년 후에 해지해도 돼요. 거기 환급률대로 나와요. 연금보험도 저축성보험이에요.”
 
“연금보험은 저축보험이 아니에요. 저축보험으로 보여주세요.”
 
“저축성보험에 연금보험이 포함되는 거예요. 이게 어쩌구 저쩌구....”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은 다른 거라니까요. 저축보험 없어요? 두 상품이 환급률 똑같은 거 맞아요?”
 
“네, 맞아요. 이게 더 좋은 거라서 권하는 거지 괜히 그러나요.”
 
잠깐의 실랑이 끝에 다시 저축보험 설계서를 뽑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공시이율도 저축보험이 더 높았고 환급률도 저축보험이 더 높았습니다. 다른 은행지점에서 본 상품안내장보다 환급률이 뒤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죠.
 
“이것 봐요. 이게 환급률이 더 높잖아요. 공시이율도 더 높고. 나는 저축을 원한다고 했는데 왜 환급률이 더 낮은 연금보험을 권하죠? 저축 원하는 사람한테 이율 더 낮은 상품 권하는 게 맞는 건가요?”
 
“그게 더 좋은 상품이니까요. 그 보험 공시이율은 지금 그렇다는 거지 거기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요.”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연금보험 공시이율은 그대로 있나요? 같이 떨어지잖아요.”
 
“그렇긴 한데, 내가 괜히 이걸 권유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걸 더 많이 가입해요.”

어이가 없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연금보험에 더 많이 가입했다는 말은 저축을 원하는 계약자들에게 금리가 낮은, 만기가 긴, 엉뚱한 상품을 판매했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즉 불완전판매입니다. 특히나 이런 경우는 아마도 직원의 실적 또는 수당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축보험보다는 연금보험, 연금보험보다는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보험의 평가점수 또는 수당이 더 높으니까요.
 
이건 저축보험 설명서입니다. 10년차 때 연금보험 환급률은 114%였어요.
(이건 저축보험 가입설명서입니다. 연금보험의 환급률은 114%였어요.)

참고로 연금보험은 저축보험처럼 팔리기는 해도 저축보험은 아닙니다. 엄연히 성격이 달라요. 보험회사에 입사해 한 달 동안 숙박교육을 받을 때, 발령받아 근무하다가 보름씩 집합교육할 때, 1000페이지에 달하는 생명보험총론을 공부했습니다. 승진시험도 그걸로 보고. 3년 동안 여러 번 들여다봐서 전공자가 아닌데도 기본적인 내용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보험 종류를 구분하는 부분은 이랬을 거예요. 생사 구분에 따라 생존보험 사망보험 생사혼합보험, 보종에 따라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양로보험 연금보험....
 
그 직원이 두 개의 가입설계서를 뽑았다고 했었죠? 제게 내밀지 않은 설계서 앞장에는 ‘***종신보험’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도대체 고객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금융회사 지점에 들리면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직원들이 견해가 다른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틀린 말을 할 때가 많아요.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 주지만, 그분들은 머쓱하게 웃고 넘기거나 오늘처럼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지만, 그 틀린 설명으로 인해 피해 보는 고객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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