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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현장에서)검찰이 수사하냐고요? 그 누구도 성역이 아닙니다

2018-06-25 06:00

조회수 : 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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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을 두둔하는 것과 재판할 때에 의인을 억울하게 하는 것이 선하지 아니하니라(잠언 18장5절)." 얼마 전 '재판을 공정하게 하지 않으면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는 내용의 성경 구절을 읽었다. 그때 머릿속에는 몇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특정 인물에 대한 재판 정보와 의견이 청와대로 들락날락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작성됐고, 이 문건이 발견된 것을 포함한 엄청난 의혹이 현재 법조계에 휘몰아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문건 속 특정 인물은 서울시에서 10여년 동안 여러 간부를 맡다가 부시장까지 올랐고, 이후에는 제30대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장 시절 저지른 여러 범죄로 현재는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다. 재판에서 두둔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그 특정 인물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한 대통령 역시 한 자동차 부품업체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던 사실을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숨겨오던 것이 들통나 현재는 서울동부구치소에 갇혀 있다.
 
이와 반대로 억울하게 재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이가 직전 대법원장이란 또 다른 인물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키코 피해자, 콜텍 노동자, 갑을오토텍 노동차, 쌍용차 노동자, KTX 승무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 통합진보당원 등은 직전 대법원장이 자신들의 재판을 당시 청와대와의 협상을 위한 거래 대상으로 이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조차도 사찰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미 적잖은 충격을 줬다.
 
재판 거래, 법관 사찰 등 사법부를 향한 논란이 점점 커지는데도 검찰의 수사가 이뤄질지 확실한 상태가 아니었던 이달 초 직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수사를 받을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라고 되묻기까지 했고, 당시 수사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면 그때 가서 보죠"라고 대답했다.
 
결국 억울한 이들의 바람대로, 직전 대법원장이 말한 '그때'가 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이와 관련한 고발 사건은 무려 20건이라고 한다. 검찰에 가장 먼저 나온 고발인은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체계에 성역이 존재한다면 이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룩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이는 직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퇴임하면서 남긴 말이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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