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창경

ckkim@etomato.com@etomato.com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차익거래, 어디까지 해봤니?

주식에서 부동산까지, 일상에서 '김프'까지

2018-06-22 16:46

조회수 : 6,13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차익거래’라는 게 있습니다.
 
특정 자산을 기초로 만들어진 서로 다른 투자상품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싼 상품은 사고 비싼 상품은 팔아 그 차액을 얻는 투자를 일컫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형태의 차익거래는 증권시장에 있죠. 주식 또는 주가지수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를 이용하는 거래방식입니다.
 
KOSPI200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선물이 있고, KOSPI200을 구성하는 실제 200개 주식종목(현물)이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야 특정종목 몇 개 사고팔고 하는 수준이지만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이 종목들을 전부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죠. 200종목을 통째로 사서 바스켓을 만들어 선물과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선물을 하고 현물을 팔거나,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팔아 차익을 남기기도 하지만, ETF가 나온 뒤로는 간편하게 이걸 이용하기도 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선물과 현물 사이에 매우 빈번하게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이론상 가격 차이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거래입니다. 실제 둘 사이에 벌어지는 차이의 크기는 크지 않아요. 매우 작죠. 하지만 그 작은 차이를 매우 큰 돈으로 왕창 사서 수익을 늘리는 방식이에요. 5원 차이라면 개인은 “그거 먹겠다고 투자를 하냐?”라고 하겠지만 큰손께서 '5원 떼기'를 1000만개쯤 사면 ‘5000만원 차익’이 되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증권시장에서 차익거래의 본질은 ‘돈질’ 같기도 합니다;;;
 
증권시장의 차익거래에는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선물-현물간 차익거래가 가장 흔하고, 보통주와 우선주, 본주와 ADR, 주식과 워런트, A주와 H주 등등 찾아보면 많아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몇 가지를 정식 기사로 다뤄보죠.
 
“뭔소린지 1도 모르겠다”라고 하시는 여러분들도 이미 차익거래를 하고 계십니다. 음,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해외직구한 분들 손들어 보세요. 저도 작년에 청바지, 터틀텍, 비타민 등 몇 가지 샀어요. 처음 직구라는 걸 알았을 때는 한국에서의 판매가격과 차이를 보고 놀라 왕창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만ㅋㅋ


<사진/뉴시스>

똑같은 물건인데 미국에서 판매가격과 한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달라요. 운송료를 빼도 크게 차이나서 직구를 하겠죠? 네, 직구를 함으로써 그 차액을 아꼈습니다. 이 또한 현실세계의 차익거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산물도 현지 가면 싸죠. 놀러 갔다가 사서 택배로 집에 부치는 경우 흔하잖아요. 남아야만 이익인가요? 덜 써도 이익입니다. 다 차익거래예요. 
 
직구 못하는 분들도 차익거래 합니다. 이번엔, 구두 살 때 상품권으로 산 분들 손? 그중에서 그 상품권을 상품권 거래소나 구둣방에서 싸게 산 분 계속 손들고 계세요ㅎ 그렇게 구한 상품권을 브랜드 세일기간이나 백화점 세일기간에 쓴 분들 손? 이 조건들이 다 겹치면 거의 정가의 반값 정도로 살 수 있지 않나요? 이것도 차익거래.
 
이걸 투자로 연결시켜 볼까요? 구두는 본인이나 가족, 지인이 신을 거고, 되팔면 돈으로 남겠죠? 무엇이 있나요? 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리세일(resale)입니다. 모 브랜드를 한정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며칠 전부터 노숙하는 분들 있습니다. 왜겠어요. 고생한 만큼 되팔아서 돈이 남으니까 그렇겠죠.
 
리세일러를 비난하는 분들 많은데,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경제 현상에는 공급과 수요가 있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곳에 이익이 생겨납니다. 이걸 부정할 수는 없어요. 이런 기회가 많으면 리세일러가 직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고...
 

<사진/뉴시스>

이건 시간차로 주어지는 한정된 기회로 인해 발생하는 차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생기는 거래도 있습니다.
 
오래 전, 제가 기자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1998~1999년쯤으로 기억하는데, 근무하던 회사에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던 동갑내기 동료가 있었어요. 지금이야 금융투자협회가 K-OTC시장도 만들어놨고, 비상장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도 있지만 그때는 전부 사설업체를 통해서 이뤄졌거든요. 지금도 영업을 하는 38.com이나 pstock, jstock 같은 곳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각 업체에서 거래되는 시세가 달랐다는 점이에요. A라는 비상장기업이 있는데 이 주식이 어디에선 1만원에 거래되고 어디에서는 1만2000원에 거래되더라는 말씀. 왜냐? 인터넷 보급 초기라 사람들이 그런 중개업체가 어디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적정가격이 얼마인지도 몰라서 생긴 일이에요. 업체는 매도 희망자와 매수 희망자가 원하는 가격과 물량을 게시판에 올려놓을 수 있게 공간만 마련해준 거니까요. 회사동료는 그걸 알고 싼 데서 사다가 비싼 데다 팔아 그 차액을 남기는 투자를 했던 것이죠. 싼 데 올라온 매물을 보고 매도인인 B에게 전화해서 사겠다고 잡아놓고, 다른 업체에 그보다 비싼 가격에 사겠다고 글 올린 매수자 C까지 정해 거래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매수자 C에게 자기 은행 계좌를 불어주고 돈을 받고, 그 매수대금 중에서 차액을 떼고 매도자 B에게 송금하면서 C증권계좌번호를 불러주고 그곳으로 주식을 보내라고 해서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죠. 그 얘길 듣고 엄지척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거 보고 뭐가 생각나지 않나요? 네, 방금 머리에 떠오른 그거에요.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 이른바 ‘김프!’ 똑같은 비트코인인데 미국 거래소보다 한국 내 거래소에서 훨씬 비싸게 거래됐던 것 보셨죠? 뉴스에도 여러번 보도됐잖아요. ‘직구처럼 이걸 미국에서 사다가 한국에서 팔아 차익 좀 내보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분들 많았을 거예요.
 
이게 제도적으로는 막혀 있어서 불가능했지만 암암리에 실제로 실행해서 돈을 번 분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신용카드를 이용했다나 페이팔을 썼다나. 지금은 그 길도 막힌 것 같던데, 혹시 또 모르죠. 아직도 개구멍이 있을지. 하지만 지금은 ‘김프’가 사라져서 구멍이 있어도 별 의미가 없겠죠.
 
이밖에 부동산 쪽에도 차익거래라고 할 수 있는 거래가 있습니다. 이건 조만간에 기사로 쓸 거니까 나중에 기사로 보세요^^ 두어 달 전 해외DR로 차익거래를 하는 방법을 취재하느라 증권사 직원들 애먹인 적이 있는데 이건 이론상으로는 가능한데 실제로 실행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겠다 싶어서 기사로 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쓰겠습니다^^ 
 
아직 <강남 말고 여기!> 뒷얘기 쓸 것도 남았는데 그건 안 쓰고 뜬금없이 차익거래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토마토그룹이 만든 암호화화폐 거래소 ‘코인통’에서 시세를 보다가 생각나서 주절주절거렸습니다.
 
모르셨나요? <뉴스토마토>는 이토마토그룹 계열의 신문사구요, 최근에 그룹 내에 코인통이라는 암호화화폐 거래소가 생겼어요. ‘통통코인’이라는 암호화화폐도 런칭했구요. 암호화화폐를 재테크로 활용할 수 있을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하지만 이걸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는 분들이 있고 시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희도 암호화화폐에 빠삭한 백아란 기자가 실전 투자기를 연재하고 있구요.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코인통에 뜬 비트코인 시세와 빗썸 등 다른 거래소에서의 시세가 다른 것을 보고 차익거래가 떠올라서 주절주절 글을 쓰게 됐다,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그 차이가 거래소의 매매 수수료를 넘어서는 수준이 된다면 싼 데서 사다가 비싼 데 팔면 되겠죠?

알고 보면,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면, 차익거래 기회는 곳곳에 존재합니다. 눈 크게 뜨고 보세요.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가 세상을 기호로 읽는 것처럼, 세상을 재테크 기호로 바꾸어 보게 되는 순간 독자 여러분도 재테크 오리엔트형 인간으로 거듭나게 될 겁니다.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