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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현장에선)상사의 실패는 부하의 책임

'기피부서' 된 인사부

2018-06-12 17:57

조회수 : 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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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부는 전통적으로 직원들의 선호가 높습니다. '인사가 만사'로 통하는 금융사에서 인사부의 영향력은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인사부에서는 전국 영업점의 실적을 매겨 지점장을 줄세우기도 하고, 각종 제보가 들어오면 내사에 착수하기도 합니다. 인사부장의 경우 대개 타 부서 부장보다 임원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채용비리 수사 이후 직원들 사이에선 인사부서가 기피부서가 되는 분위기라 합니다. 수사당국이 10년 전 인사파일까지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인사부 경력이 훗날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도중 실무진이 구속된 경우도 있습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은행들도 '임원은 특정인을 추천만 했을 뿐, 점수조작은 인사부가 알아서 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예, 일단 CEO는 지키고 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오너가 뚜렷한 회사라면 '충정심'을 인정받아 후사를 보장받을 수 있겠습니다, 금융사는 다릅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는 채용비리로 형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금융사 취업은 꿈을 못 꾸고, 수년간의 법적 대응도 혼자해야 합니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손자회사에 재취업을 시켜주는 경우가 있다고 듣긴 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 검찰의 은행 채용비리 검사 발표가 있다고 합니다. 행장실을 여러차례 압수수색을 한 검찰의 의지를 미뤄보면 기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은행의 바램을 들어보면,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단순히 추천을 한 경영진은 무혐의일 가능성이 크고, 행위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인사부 직원들이 높은 형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인사부서를 기피부서로 만든 것은 본인들 스스로가 아닐까요. '부하의 공은 상사의 것, 상사의 실패는 부하의 책임'이라는 드라마 대사가 겹치네요.
 
한 시중은행 본점에서 검찰이 '채용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후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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