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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헌재 "'회사의 노조 운영비 지원' 금지 조항, 헌법 불합치"

"노조 활동 위축시키고 근로3권 취지 반해"

2018-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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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회사가 노동조합에 통신비·전기·수도요금 등 사무실유지비와 사무용품을 지급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현행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운영비 원조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판단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A 노동조합이 제기한 노동조합법 24조 2항 등 위헌소원에서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노동조합법 81조 4호는 헌법에 어긋나고 위 조항은 2019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위헌 조항이지만, 사회 혼란 방지를 위해 즉각적인 무효가 아니라 특정 시점까지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나머지 24조 2항, 4항 등에 대해서는 각하했다.
 
현행 노동조합법 81조 4호는 사용자에 대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 제공 등 두 가지 상황은 예외로 뒀다.
 
헌재는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법에서 정한 근로자 후생자금 등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일체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조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 금지하고 있으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집단적 노사관계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운영비 원조에 관한 사항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정하는 것이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며 "하지만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운영비원조금지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은 사용자로부터 운영비를 원조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노사자치의 원칙을 실현할 수 없게 되므로,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며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한 운영비 원조 행위를 일률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여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김창종·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내고 "노조 자주성 확보나 교섭절차에서의 공정성 확보 등의 공익은 매우 중대하지만, 운영비원조금지조항으로 인해 노조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청구인의 단체교섭권 행사가 제한되는 정도는 불분명하므로,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한다. 따라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노조인 A는 7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회사는 조합사무실·차량·집기·비품을 제공하고 조합사무실 관리유지비(전기료·수도료·냉난방비)·주유비 등을 부담한다' 등 노조 시설·편의를 제공하는 조항을 넣었다. 이에 모 지방고용노동청은 시설·편의제공 조항이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A는 시정명령 취소를 구하는 소와 함께 노동조합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각하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사진/헌재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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