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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피플)"사람·책 잇는 가교…독서가 놀이되는 세상 만들 것"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김대규 책농장 대표

2017-02-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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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산업은 대표적인 사양산업 중 하나로 지목된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사진, 동영상, 음악, 게임과 같은 콘텐츠들이 쏟아졌고, 이는 종전 텍스트를 통해 즐거움과 정보를 얻었던 소비자들의 일상을 바꿔놨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루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의 독서율(일반도서(종이책) 1권 이상을 읽은 사람의 비중)은 65.3%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조사(2013년)에 비해 성인 6.1%포인트, 20년 전에 비해 13.7%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역대 최저치다. 초·중·고 학생들도 성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하락세였다. 같은 기간 학생들의 연간 독서율은 1.1%포인트 감소한 94.9%로 집계됐다. 그나마 출판시장은 아직까지 소폭이나마 성장세(2006년 2조6124억원→2014년 2조9438억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같은 독서율의 감소가 이어질 경우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책의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사람과 책을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겠다는 사회적기업이 등장했다. 김대규 책농장 대표를 만나 사람과 책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대규 책농장 대표.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김대규 책농장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시 양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조용한 사무실을 뒤로하고 마중나온 그의 얼굴에는 차분함과 진지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조근조근 책농장의 비전을 설명하는 그의 언변이 뛰어나다 싶었는데, 역시나 알고보니 홍보팀장 출신이었다.
 
"책농장을 꾸리기 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에서 마케팅 홍보팀장으로 일했어요. 그곳에서 독서붐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는데 문득 너무 우리만을 위한 일을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사업을 하고팠죠."
 
책농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2012년 2월 소셜벤처로 시작, 2014년 4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다. 책농장은 이름에서부터 정체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책농장이 추구하는 사회적역할은 독서 양극화, 즉 소수의 열독자와 다수의 책맹으로 분화되는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른바 '독서 심리 유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사람과 책의 물리적 거리는 매우 가깝다"며 "서점은 늘 우리 생활권 안에 있고, 책상 위 책은 언제든 손 뻗으면 잡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막상 책을 잡기 위해 손을 뻗기가 쉽지않다"며 "정서적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사람들과 책 간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책농장 사업의 주요 골자다.
 
책의 가치에 대한 그의 확신은 두 말할 나위없이 확고했다. 그는 "책은 힐링을 제공하는 정서적 순화의 도구이며, 미래를 설계할 힘을 주는 교육의 도구이기도 하다"며 "특히 문화산업의 60%가 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독자들이 독서를 숙제로 여기고 부담감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힐링을 받는 방법으로서 접근하게 돕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사람과 책의 가교 역할…제품·서비스 '양면공략'
 
책농장의 사업은 제품개발 및 판매, 독서를 돕는 서비스 두 가지 측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북텐트를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독서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3~7세 아이들을 위한 제품이다. 어린 시절 빈 박스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본 경험에서 착안, 아이들이 직접 텐트를 만들고 그 공간 안에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대표는 "북텐트는 말그래도 책놀이터로, 아이들이 억지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함께 독서담요, 독서통장, 독서쿠션 등 책을 읽을 때 도움을 주는 일상용품들을 개발하고 있다"며 "독서와 제품, 이렇게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제품들로 후자의 기능이 70%, 독서에 대한 아이디어가 30% 내재된 제품들"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의 다른 한 축인 서비스는 좀 더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독서의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놀이로서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프로그램들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앞서 진행됐던 서비스들을 살펴보면, 미션 북파서블, 독서투어, 어르신과 함께하는 시니어 독서도우미 교육사업 등을 전개했다.
 
특히 올해 서비스 측면에서 활발한 사업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책농장은 지난해 말 경기도 파주시가 계획 중인 독서캠핑장 위탁업체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오는 4~5월 별난독서캠핑장을 론칭할 예정"이라며 "캠핑장 내에 도서관을 배치, 관리하는 동시에 캠핑을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수시로 제공하거나 또 차나 커피를 제공하고 클래식한 음악을 들려주는 등 자연스레 독서에 빠져들 수 있는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봄드림 북팜(Bookfarm)' 출시도 앞두고 있다. 해당 앱은 사진,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소통하는 모델은 많은 반면, 독서를 공유하는 모델이 없다는 점에서 시작했다. 가상의 텃밭을 분양받아 독서를 통해 텃밭을 키워가는 방식의 게임으로, 함께 플레이하는 이들과 독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공헌의 일환으로 독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는데, 책농장의 아이디어와 유사한 점이 많아 함께 앱을 개발하게 됐다"며 "게임과 독서는 서로 상극이라는 인식들이 있지만, 오히려 이 둘을 섞어 독서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다음달 출시 예정이다.
 
책농장 어르신 독서도우미 교육지원 사업.사진/책농장
 
사회적기업과 벤처의 혼합, 소셜벤처는?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 확대를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사회적기업 인증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제도들의 불합리함, 경직성 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책농장이 소셜벤처로 시작해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겪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은 사업 아이디어로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사회적문제를 해결한다는 존재 목적에서 동일하다. 다만 소셜벤처는 자발적인 도덕성에 근거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인증 및 지원을 통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 대표는 "소셜벤처는 자율성이라는 장점을 갖춘 만큼 대부분의 소셜벤처가들 사이에서는 사회적기업 인증에 대한 갈급함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사회적으로 소셜벤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그들의 사회적 공헌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소셜벤처에 대한 지원사업도 전무하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추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이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제도권의 벽은 높다. 사회공헌의 크기를 수치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를 검증하고 점검하는 방식, 또 사업의 형태를 분류하는 방식 등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독서의 사회적 가치는 분명하지만, '책농장의 독서 활성화를 위한 사업 내용이 곧 사회공헌이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부터 당장 벽에 부딪혔다"며 "우리의 도덕성을 측정할 가치 기준 자체가 모호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기업 분류 지정에서도 어려움은 컸다. 어떤 분류로 지정되느냐에 따라 추후 점검, 지원 방식이 엇갈리기 때문에 분류지정을 잘받는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 하지만 대부분의 소셜벤처는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소위 일자리제공형, 사회서비스형, 혼합형, 기타형 등 단순화된 분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셜벤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확고한 정의감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소셜벤처는 일반 벤처와 달리 돈이 목적이 아닌 정의 구현이 목적이 되야한다"며 "사업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맹목적으로 수익을 쫓게 되는데 정의감은 이를 걸러내는 일종의 필터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올바른 소셜벤처 활동을 할 수 있게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많은 선배들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다"며 "선배들이 도울테니 바로 의지를 갖고 뛰어들라"고 조언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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