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임정혁

"이제 오심은 스포츠의 일부가 아니다"

프로야구·프로축구 내년 시즌 '비디오 판독' 확대 도입

2016-12-22 16:23

조회수 : 5,13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내년 시즌 '비디오 판독'으로 변화를 꾀한다. 판정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에서 두 종목이 변화를 택하면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던 말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내년 시범 경기부터 심판합의판정 요청이 들어오면 판독관이 판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메이저리그 방식의 비디오 판독제를 의미한다. 외부 비디오 판독 센터를 따로 두고 이 안에 상주하는 판독관이 현장 심판에게 비디오 판독 결과를 통보하는 걸 뜻한다. 메이저리그는 비디오 판독을 미국 뉴욕의 사무국 본부에서 하기에 KBO 역시 이와 같은 장소를 물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앞서 2009년에 비디오 판독을 일부 시행했다. 홈런인지 파울인지 애매한 타구에 대해 한정해서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기 전체를 둘러싼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자 KBO2014시즌 막판 심판합의판정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TV 중계화면으로 아웃과 세이프를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그 결과 비디오 판독 확대 도입 첫해인 2014시즌에만 약 40%의 판정 번복률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2016 시즌까지 판정 번복률은 계속 낮아졌으나 이제 애매한 상황에서 선수나 팀 관계자가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건 흔한 상황이 됐다. 
 
◇합의 판정을 위해 모인 프로야구 심판들. 사진/뉴시스
 
 축구 역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다. 프로축구연맹은 내년 3월부터 6월까지 테스트를 거쳐 7월부터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해 정식 운영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득점과 페널티 킥 등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만 우선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항상 논란이 되는 '헐리우드 액션'과 득점 장면에서의 오프사이드 같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 비디오 판독의 도움을 받을 참이다.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라는 강력한 세계적인 기구가 있어 비교적 변화에 보수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다른 종목과 달리 전반 종료 후 하프타임 외에는 경기 시간이 멈추지 않는 특수성도 축구를 흐름의 스포츠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 8"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비디오 판독이 주심을 돕길 바란다"며 축구계 변화를 촉구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루카 모드리치를 비롯해 세계적인 선수 몇몇이 경기 흐름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으나 여론 대다수는 그보다는 정확한 판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K리그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찰나의 순간을 가리는 스포츠에서 판정 하나는 승부를 뒤바꾸기도 한다. 선수들의 노력과 팬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오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거나 스포츠는 인간이 하는 것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힘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양대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비디오 판독 확대와 도입을 택하면서 기계와 스포츠에 대한 재정의와 공생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축구장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는 장면. 사진/AFP
 
 
  • 임정혁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