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승근

(물고기이야기)등용문과 용봉탕의 주인공 '잉어'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연구센터 이정호 박사

2016-12-16 08:00

조회수 : 7,90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중국 양자강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이 있다. 이곳에 도화랑(桃花浪 : 복숭아꽃이 필 무렵 시냇물이 불어나 흘러넘치는)이 생기면 잉어들은 물살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뛰어오르는데, 이곳을 성공적으로 뛰어오른 잉어는 용이 된다는 등용문(登龍門)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정호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연구센터 박사
 
이 이야기처럼 잉어는 용문의 좁고 센 물살을 거슬러 오를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서식하고 있다. 잉어가 생활하는 곳은 주로 바닥이 진흙이고 물 흐름이 느린 강이나 호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 다양한 환경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다자란 잉어의 몸길이는 50~60cm 정도이며, 몸의 색은 대개 주홍빛이 도는 갈색이고, 등쪽은 짙고 배쪽이 더 엷다. 생김새는 붕어와 흡사하지만 붕어와는 다르게 입 주변에 두 쌍의 수염이 있다.
 
부드럽고 유연한 수염은 잉어의 감각기관으로 수염 속에는 맛을 느끼는 미뢰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염을 이용해 물속에서 먹이를 탐색하거나, 물속의 변화를 감지한다. 잉어는 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나 알, 조개류, 새우류, 물 속 곤충, 미생물, 물풀 등을 먹는다.
 
잉어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잉어의 종류 또한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잉어로는 토종잉어 외에 향어와 비단잉어가 있다. 이스라엘잉어라고도 불리는 향어는 독일의 가죽잉어와 이스라엘의 토종잉어를 이용해 개량한 잉어로 대표적인 민물양식어종이다.
 
비단잉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잉어에서 비단처럼 고운 잉어들을 체계적인 선발과정을 거쳐 개량한 잉어다. 그 특유의 색체와 품위로 관상어로써 높은 가치가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잉어양식 어가는 14여곳으로 지난해 내수면양식어가 3112 가구 중 극히 일부만이 잉어양식을 하고 있어 상당히 침체된 실정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 민물고기가 국내에서 이러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잉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소비도 많은 실정이다.
 
잉어는 동양화의 주제로도 많이 이용돼 왔는데, 그림에서 잉어는 효(), 입신출세 기원, 다산과 부부의 화합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잉어 꿈을 꾸면 수태나 등용문 이야기처럼 입신출세를 알리는 길몽이라고 좋아했다. 물속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잉어를 보고 있노라면 고상한 품격이 느껴지기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꽤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방의서인 동의보감에서는 물고기 가운데 잉어를 약재로 가장 많이 쓰고 있으며, 임산부에게 좋은 물고기라고 한다. 잉어의 피는 폐렴에 좋고, 살은 정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해 어육뿐만 아니라 쓸개, , 뼈 등 어느 부분도 버릴 것 없이 특정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등용문 이야기에서도 나타나듯 잉어는 강인한 힘과 생명력 때문에 강장식품으로 여겨져 왔다. 잉어의 주요 영양소는 단백질과 지질로, 소고기 및 닭고기와 비교해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지만 지질이 아주 적은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잉어를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으로 '용봉탕(龍鳳湯)'이 있는데, 용봉탕은 한여름인 음력 6월의 삼복 때 먹는 절기 음식 중의 하나로 잉어를 용(), 닭을 봉()에 비유해 붙인 이름이다. 잉어와 닭을 함께 넣어 끓여, 아주 훌륭한 보신식품으로 궁중의 연회식에도 자주 등장했다고 한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용봉탕 한 그릇으로 기력을 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 최승근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