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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박래군의 인권 이야기)민주공화국과 법 앞의 평등

2016-1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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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4만이 20만이 되더니, 100만이 되고, 190만이 되고, 232만이 되었다. 정치는 광장에 나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에 견인되고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우물쭈물하는 여야 정치권을 탄핵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번 주 국회에서는 탄핵이 가결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날 상황이다. 아마도 국회가 탄핵을 가결하지 못하면 광장의 촛불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불과 두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광장은 거대한 민주주의 학교이자 정치학교로 변해가고 있다.
 
시민들은 각각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드는 이유들을 갖고 있다. 젊은 층들은 정유라의 부정특혜입학이나 부정학사관리에 주로 분노한다. 이화여대생들의 침묵의 시위가 젊은 층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수능을 보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밤늦도록 공부해왔던 그들이다. 대학에서도 학점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스펙 쌓기에도 여념이 없던 그들이다. 그들은 ‘노오력’해도 안 되는 세상을 원망하며 살았는데 누구는 “능력 있는 부모” 덕에 수능도 보지 않고, 엉터리 리포트를 내고도 학점을 받아내는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
 
모든 국민을 분노하게 한 최순실 일가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고, 민생에 주력한다는 대통령이 사실은 피부미용과 같은 일에 골몰해 있었음에 분노한다. 생존권의 요구를 폭력으로 깔아뭉개왔던 정권이 사실은 사익을 채우는 집단에 의해서 국가의 정책이 좌지우지되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기춘 과 우병우와 같은 세력들, 재벌총수들과의 커넥션이 그 추악한 민낯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거기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이 감정의 아래층에 퇴적되어 있다.
 
한 마디로 민주공화국에 ‘특수계급’이 있었고, 이들 특수계급에 의한, 이들을 위한, 이들에 의한 정치에 대통령이 몸통 노릇을 했음에 대한 분노다. 민주공화국에서는 특수계급은 용납되지 않는다. 마치 프랑스 시민혁명 시기의 앙시앵 레짐(구체제)처럼 대통령과 비선실세는 귀족을 포함하는 특권층으로 국민 위에 군림해왔다. 헌법 제11조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평등이다. 그리고 모든 특권에 도전하며, 그것을 부정하고, 해체해온 게 인권의 역사이기도 하다. 국가는 귀족과 같은 특권층을 만들어서도 안 되고, 노예와 같은 하층민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지금의 광장에 넘쳐나는 분노는 자신들을 노예처럼 부렸던 특권계급에 대한 저항이다. 이제 국민들이 노예가 아니라 당당한 공화국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저항은 정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설혹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지더라도 이 항쟁은 끝난 게 아니다. 항쟁이 중도반단(中途半斷) 되었을 때, 그 후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1980년 서울역 회군 뒤에 광주에서 학살이 일어났고, 1987년 6월 항쟁 뒤에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이 일어났다. 역사는 그때부터가 진짜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시작임을 알려주고 있다. 광장의 촛불은 언제까지 타오를 것인가.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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