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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빈곤층 에너지 지원 재단에 '낙하산' 투입하고 연봉 챙기고…서민복지까지 걷어차는 박근혜 정부

김기춘 전 실장부터 낙하산 투입…친박 박종근, 없던 연봉 만들어

2016-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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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박주용기자] 지난 2005년, 경기도 광주에서 넉달치 밀린 전기요금 88만원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자던 여중생이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산업자원부(현 산업부)를 맡고 있던 정세균 장관(현 국회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취약계층의 에너지복지를 위해 국가예산으로 재단을 만들 것을 건의했고, 노 전 대통령은 "기업 이해만 대변하는 줄 알았던 산자부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했냐"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듬해 국가예산 100억원을 투입해 한국에너지재단이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은 대한변호사협회장과 환경운동연합 대표를 지낸 이세중 변호사가, 초대 사무총장은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이 맡았다. 당시 정세균 장관은 사무총장 자리 등에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투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 전 사장을 여러 차례 설득했다고 한다. 이렇게 출범한 에너지재단은 이후 취약계층 1만여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와 가스, 연탄 등 에너지 지원 사원 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사회가 선출하던 이사장 자리를 청와대가 낙점하기 시작하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낙하산으로 투입됐다. 재단 사무총장 자리 등도 고위 관료들이 꿰차기 시작했다. 참여정부가 사회적 약자의 에너지복지를 챙기겠다며 설립한 재단이 권력실세와 고위 관료들의 '낙하산 투하처'로 변질된 것이다.
 
사정은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악화됐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박종근 이사장이 정관까지 바꿔가며 무보수 명예직 자리를 보수를 지급하는 자리로 바꾸고 판공비도 대거 늘린 것이다. 최근까지 재단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에너지재단 이사장은 비상근으로, 초대 이세중 이사장 시절 한 달에 100만원 내외의 업무추진비만 지급받았다”며 “그러나 4대 박 이사장이 오면서 (업무추진비가) 월 200만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재단 내 부장급들에게 지급해오던 월 50여 만원의 업무추진비 중 20만원씩을 떼서 이사장에게 주는 방식으로 돈을 마련했다"며 “게다가 원래 비상근 직원에게는 고정적인 금액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정관까지 손보면서 추가로 월급을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초 에너지재단 정관에는 임원 급여는 사무총장까지만 지급토록 되어 있었지만 박 이사장은 이를 손보면서 연 6000여만원의 급여·업무추진비 등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6000만원은 에너지재단이 진행하는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효율 개선사업(가구당 200만원 소요)을 30세대에 추가로 실시할 수 있는 돈이다.
 
<뉴스토마토>는 해당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에너지재단 측에 수차례 이사장 업무추진비·판공비 지급내역과 이사회 회의록을 요청했으나 “내부 자료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자료요청 거부 이유로 에너지재단 관계자는 “자료를 줄 근거가 없고, 자료를 (그 쪽에서) 받아 볼 수 있는 규정도 없다”고 답했다.
 
박 이사장은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친박계 정치인으로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3년 9월 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 과정은 전임인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이사장 스스로도 "김기춘 실장이 배려해서 온 자리"라고 얘기한 것으로 직원들이 전하고 있다. 김 전 실장과 박 이사장은 대학 동문으로 나란히 국회의원을 지냈고, 특히 박 이사장은 지역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 인근인 대구 달서갑이라는 점에서 친박 핵심으로 꼽혀왔다. 
 
박 이사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이사장 선임과 관련된 김 전 실장의 역할에 대해 “나는 모른다. 그것을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며 부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업무추진비 지급내역 자료 요구에 대해서도 “실무진들에게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와 별도로 에너지재단 사무총장 인사의 적절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부임 후 지난달까지 재단 사무총장으로 있던 염명천 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2011년 대규모 정전사고(블랙아웃) 당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던 인물로, 사안이 잊혀질 때쯤 에너지재단 사무총장으로 부임해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박종근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이 올해 1월18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박주용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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