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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피플)"채무자의 대변인이 되어 드립니다"

김미선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장 "중산층 채무자 의외로 많아"

2016-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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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빚 대신 빛을 드립니다.”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설립 이념이다. ‘상담사들의 상담사’로 통하는 김미선 센터장은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이나, 과도한 빚 독촉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은 일반 채무자를 상대로 각종 상담 업무와 법률 소송에 따른 금전적 지원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6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 중 353명이 법원에 채무 조정 접수를 했다. 채무 금액은 514억원이 넘어섰고 면책 받은 인원은 164명에 이르렀다. 김미선 성남시 센터장은 이처럼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이 있음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채무자들을 위해 전문 상담을 지속한 했고, 성남시 외 다른 지역 상담소 확장에도 기여했다. <가계부 잘 쓰는 법>,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를 공저한 김미선 센터장은 현재 재무 설계의 필요성을 알리는 방송 강의로도 활약하고 있다.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는 어떤 곳인가.
 
서민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2015년 3월에 설립됐다. 특히 급증하는 가계 부채 문제를 개인이 감당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정보 홍수 시대인 인터넷 대중 시대이지만, 실상 정작 본인에게 꼭 필요하고, 또 어떻게 이용을 하면 빚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민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제 분야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절차나 관련 전문 법률 용어 등을 이해해야 하는데 벽이 너무 높다. 제도의 한계도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철저히 서민과 채무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하고 그들의 재기를 돕기로 했다. 빚 외에 돈과 관련된 문제를 상담해 드리는 곳으로 이해하셔도 좋다. 센터의 향후 비전은 단순히 채무 탕감이나 부채 축소를 위한 소극적인 지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채무자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미 선진국에는 이와 비슷한 곳들이 있다. 그들의 역할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중간에서 중재를 해 주고, 채무자가 일상적인 삶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히 법원 안에서 판사가 해 주는 중재 그 이상이다. 
 
김미선 센터장이 성남 금융복지상담센터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보통 어떤 분들이 상담 센터를 찾나. 
 
현재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외부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빚 문제를 해결하고자 방문하는 분들이다. 센터를 오해하는 분들 중 대다수가 그저 빚 탕감해 달라고 채무자나 서민들이 방문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신용불량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상품 문의가 의외로 적지 않다. 요즘에는 다소 줄어들기도 했지만, 하루에 1건 정도는 그런 분들이 계신다. 중산층 분들도 의외로 많다. 보통 이런 곳은 취약계층만 온다고 생각할 수 있는 데 그렇지 않다. 집도 있고 직장도 다니는 데 갑작스런 어려움 때문에 빚을 지게 되고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분들이 법원을 통해 파산 면책을 받는 것은 취약계층 보다 어떤 면에서 불리하다. 지니고 있는 부동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부동산 가격이 실제 보다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고평가된 자산을 지니고 있는 탓에 중산층 채무자는 파산이나 면책이 불가능하다. 나중에 보유한 부동산이 경매로 매각되는 지경에 이르면 그때서야 파산 면책이 가능하다. 나락까지 떨어져야 구제해 주겠다는 것인데, 법원의 이러한 구조는 문제가 많다.  
 
가계부채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정부가 1, 2금융권 여신 옥죄기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서민들이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런 부작용을 극복할 묘안이 있나. 
 
사채와 일수를 사용들 하시는데, 사실 순환 논리로 갇혀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방법은 하나다. 스스로 일수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평상시 신용카드사용을 자제하고 약간의 비상금 마련을 해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득에서 적절한 금액을 갈무리 해 놓아야 하는데, 근로 시장 상황이 너무나 열악하다. 금융권의 계약직 종사자 급여가 150만원 수준이다.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이 한 달 급여로 100만원 가져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3~4인 가구가 맞벌이를 해도 월 300만원도 벌지 못 한다. 주거 관련 대출이나 혹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혹은 운전자금으로 추가로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등 이미 가계는 고정 비용으로 번 돈을 고스라니 금융 회사에 다시 주고 있는 실정이다. 돈을 버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아니 돈을 벌어도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빈곤해 지는 상황이다. 결국 이 부분은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풀어주어야 한다. 제도를 바꾸든 혹은 일자리를 만들든 아니면 그냥 서민들 주머니에 돈을 꽂아주든 말이다. 
 
8월26일 개인파산 면책자 수료식에서 김미선 센터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정부도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서민 금융 지원 쪽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사실 새로울 게 없다. 그냥 기존에 있었던 상담센터가 또 이름을 바꾸고 즉 간판만 바꾸고 똑같은 물건 팔고 있다. 시장질서 내에서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빚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8년~2009년을 통해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나 문제점은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상황이다. 오히려 기존의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아예 대체할 수 있는 제도 등을 연구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처럼 이미 시장에 혹은 민간에서 혹은 거버넌스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센터를 카피하는 사업 말고, 좀 더 큰 그림과 입체적인 구조를 그릴 수 있는 정책이 아쉽다. 일례로, 10년 이상 된 부실 채권을 아예 대대적으로 소각하여 없애 주는 방법도 있다. 경제 사범들 때만 되면 사면해 주지 않나. 이보다 더한 재벌 오너들의 배임이나 횡령 등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손실 금액도 사면해 주면서 왜 개인의 1억, 1000만원도 안 되는 채무 원금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채권자들로 하여금 악착같이 받아내도록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현재 추심하는 채권자가 직접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준 당사자도 아니다. 다만, 그 전 채권자로부터 권리만 돈을 주고 샀다. 그것도 매우 헐값으로. 그러나 채무자들에게는 이러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독촉만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정부가 채권추심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여전히 관련 문제가 남아있는 듯하다. 과도한 채권 추심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실 채무자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대응해 주셔야 한다. 부족하지만, 과도한 채권 추심에 대한 처벌 법안이 있다. 또 지나친 욕설 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이야기하셔야 한다.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 할 필요도 있다. 강하게 나가는 채무자를 함부로 하는 채권 추심 업체는 많지 않다. 추심업을 하는 사람도 그냥 월급 받는 어찌 보면 평범한 시민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런 문제로 고통 받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와 같은 센터를 방문해 주시거나 전화로 대응방법이나 도움을 청할 곳 등에 대해 안내를 해 드린다. 
 
끝으로 과중한 빚에 시달리는 분들께 한마디 조언을 드린다면. 
 
우리 센터 캐치 프레이즈(catch praise)를 말씀 드리고 싶다. 빚 문제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언제든 저희 센터를 찾아 주셨으면 한다. 동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어쨌든 서울과 수도권, 광역 그리고 전라도 쪽에는 저희와 같은 센터가 있다. 일단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 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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