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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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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 정점에 '박근혜'…최씨가 판 짜면 대통령이 힘실어

대통령·최순실·안종범, 미르·K재단 설계·모금 전 과정 공모

2016-11-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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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이우찬기자] 직권남용 등 혐의로 20일 구속 기소된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60)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인사와 운영을 장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는 이날 함께 기소된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뿐만 아니라 최씨와 약 40년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 온 박근혜 대통령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류 확산, 스포츠 인재 양성 등 문화·스포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의 설립을 추진하되 재단의 재산을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회원 기업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과 단독 면담을 추진했고, 박 대통령은 그달 24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25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별도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경련 산하 기업으로부터 금원을 각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그대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지시했다.
 
최씨는 그해 9월 말부터 10월까지 문화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직접 면접을 본 후 선정했고, 재단 명칭을 '미르'라고 정했다. 안 전 수석 역시 그 무렵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 결국 16개 그룹의 대표와 담당 임원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경련이 정한 출연 약정에 따라 미르재단에 총 486억원을 냈다. 마찬가지로 최씨가 임직원 선정 등을 맡은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16개 그룹은 288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박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딸 정유라(20)씨가 졸업한 초등학교 학부형인 이모씨가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이 지난해 2월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와 원동기용 흡착제 납품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계약에 대한 명목으로 최씨는 이씨로부터 명품백 1개 등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올해 5월 박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이씨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 등은 자신이 설립한 광고제작업체 플레이그라운드가 지난 4월과 5월 현대차그룹으로부터 70억6000만원 상당의 광고 5건, 3월부터 8월까지 KT(030200)로부터 68억1700만원 상당의 광고 7건을 수주받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또 안 전 수석은 지난 3월 박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단독 면담 이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는 것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35억원만 출연하는 것을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괜히 욕먹지 말고, 전부를 출연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따라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 자금은 지난 6월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전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등은 포스코(005490)를 상대로 내년부터 창단 비용 16억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하고, 그 매니지먼트를 자신의 소유한 더블루케이에 맡기도록 합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펜싱 실업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선수 3명에 대한 전속계약금의 절반인 3000만원을 에이전트 비용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포스코 계열의 광고대행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업체 C사를 상대로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라고 협박하는 데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이번 수사가 진행되자 측근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 또는 휴대전화를 폐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 수사를 받은 정호성(47) 전 제1부속비서관은 이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정권 출범 초기부터 최씨에게 정부 부처 고위직 인사안, 대통령 말씀자료 등 각종 문건을 보고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정 전 비서관이 아닌 박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 2013년 1월부터 정 전 비서관에게 공무상 비밀 문건을 받았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올해 4월4일까지 총 180건의 문건을 이메일과 인편 등을 통해 최씨에게 유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인사·외교·대통령 말씀자료 등 범위를 가리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비서관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 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최씨에게 보고했다. 특히 이 가운데 47건은 사전에 일반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닌 형법에 따른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대통령 보고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록물 관련법으로 의율하기는 부족했다. 대법원 상고심에 무죄 판결 계류 중인 사건이 있다"며 "최종 판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지금 상태로는 기록물관리법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각종 문건을 받아본 최씨에게는 관련 죄를 묻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건을 제공받은 자는 처벌할 수 없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외에 군사기밀 수집탐지 혐의는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공소사실. 자료/검찰 특별수사본부
 
 
정해훈·이우찬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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