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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물고기이야기)겨울바다의 주인 '도루묵'

이용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

2016-11-18 08:00

조회수 : 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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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동해바다를 여행하다 보면 강원도 곳곳의 어항이나 수산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물고기가  '도루묵'이다.
이용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
 
도루묵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됐을 때 '말짱 도루묵이네'라는 말을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어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물고기 이름 중 이처럼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어종도 없다.
 
도루묵은 이름에 담긴 슬픈 유래가 있다. 조선 정조 때 이의봉이 쓴 '고금석림'에 보면 고려시대 어떤 임금이 동해안으로 피난을 갔는데, 목어(木魚)라는 물고기를 먹고는 맛이 매우 좋았다. 이에 왕은 목어라 하지 말고 은어(銀魚)라고 바꿔 부르게 했다.
 
얼마 후 임금이 다시 궁궐로 돌아가 피난 시절 먹었던 그 물고기를 찾아 다시 먹게 됐는데, 산해진미에 익숙해진 왕은 이제 그 옛날 맛을 느낄수 없었다. 이에 원래 이름인 목어로 도로 부르도록 명하게 됐고, 도루묵 혹은 도루목이 됐다는 것이다. 도루묵은 지역마다 도루묵이, 도루맥이, 환목어, 맥어, 환맥어 등으로 불리고 있다.
 
도루묵은 분류학적으로는 농어목 도루묵과(Trichodontidae)에 속하는 한류성 어종으로 입이 위쪽을 향해 있고, 등지느러미가 2개이며 가슴지느러미가 부채꼴로 매우 크다. 평범한 어류들이 가지는 비늘과 측선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모래나 개펄 바닥에 파묻혀 지내는 습성이 있다.
 
도루묵은 우리나라 동해, 일본 중부 이북에서 북미의 알래스카까지 널리 분포하고, 주로 수심 100~200m에 서식하다가, 겨울철에 산란을 위해서 수심 2~10m의 얕은 연안으로 산란 회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루묵은 연안으로 몰려와 모자반과 같은 해조류가 무성한 곳에 여러 개의 알을 덩어리(난괴) 형태로 부착시킨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조류가 많이 사라져서 그물이나 통발 등 여러 인공구조물에 알 덩어리를 부착시킨다.
 
도루묵 알의 색깔은 갈색, 초록색, 회색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예쁘다. 이는 어미의 먹이습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의 크기는 매우 크고, 껍질이 두꺼워 물 밖으로 꺼내도 한 동안은 살 수 있다.
 
도루묵은 한 번에 탁구공보다 조금 큰 알 덩어리를 만들어 붙이거나, 여러 마리가 한곳에 알 덩어리를 뭉쳐서 다양한 모양으로 단단하게 부착시킨다. 도루묵의 알 덩어리들은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이면 해조류에서 떨어져 해변으로 떠밀려 오기도 한다.
 
우리나라 도루묵의 어획량은 1970년대 2만5000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00년대 초에는 1500톤 내외로 점차 감소했다.
 
이렇게 감소한 수산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수산자원회복대상종으로 선정했고,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도루묵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어미나 어린 도루묵의 과도한 어획 방지, 바다숲 조성 사업, 산란장 보호, 잡을 수 있는 도루묵 크기 상향조정, 실외부화기를 이용한 버려지는 알 부화 방류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최근 도루묵 어획량은 연간 4000~5000톤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돼 온 도루묵이 이제는 동해안의 보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도루묵에는 단백질, 지방, 철분, 비타민 등 유익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고 비린내가 적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한방의학에서는 ‘도루묵은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해주고, 위와 장에 유익하며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더 없이 좋은 약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추운 겨울철 강원도 연안에는 알배기 도루묵이 제철이고 도루묵찌개, 구이, 조림 등 맛과 영양을 겸비한 맛있는 겨울철 별미로 유명하다. 겨울철 동해바다를 여행하게 되면 한번쯤 알배기 도루묵을 맛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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