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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싱글슈머의 공습)②외식업계, "손님, 혼자라도 괜찮아요"

'혼밥·혼술족' 새 소비층으로 부상

2016-11-16 08:00

조회수 : 2,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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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과거 혼자 식당을 찾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머쓱해져서 급하게 식사를 끝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식당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을 지칭하는 혼밥족과 혼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지칭하는 혼술족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외식업계에게 위기이자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성인남녀 1593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나홀로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5%가 자신이 '나홀로족에 해당한다'고 응답했고, 나홀로족의 혼자 자주 하는 활동 1위는 응답자 가운데 95.3%가 꼽은 '혼밥(혼자 밥먹기)'이었다.
 
지난 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6년 외식소비 행태분석 조사결과 및 2017년 외식트렌드'에 따르면, '나 홀로 열풍', '반(半) 외식의 다양화', '패스트 프리미엄', '모던 한식' 등 4가지 키워드가 내년 외식 트렌드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 홀로 열풍은 혼밥은 물론, '혼커'(혼자 커피), '혼술'(혼자 술마심) 등 홀로 즐기는 외식 문화가 더욱 확산됨을 의미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6.6%가 혼자 외식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나홀로 외식 빈도는 월평균 6.5회였다.
 
이에 외식업체들도 '혼밥족' 공략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1인 가구 5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1인 손님이 단체손님 못지않은 '매출효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1인테이블 배치와 1인 메뉴를 늘리는 등 혼밥족 공략에 나서는가 하면, 외식을 즐기지 않는 혼밥족까지 겨냥해 점포 위주의 전략을 버리고 내식(內食)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홈쇼핑, 편의점 등 유통채널과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HMR(가정간편식)으로 매출과 인지도까지 높이는 1석2조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패스트푸드점의 수제버거 출시와 배달서비스 강화도 혼밥족을 겨냥한 전략이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은 일제히 프리미엄 수제버거를 내놓고 딜리버리 서비스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푸드(031440)는 올 초 한식뷔페 '올반' 인기메뉴를 HMR로 만들어 신세계TV쇼핑과 GS홈쇼핑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식뷔페가 대기업 출점규제로 인해 매장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1인가구를 겨냥한 홈쇼핑 판매는 매장이 없는 지역 고객까지 접점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죽 전문점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2014년부터 일찌감치 편의점과 홈쇼핑을 공략해 탄탄한 성장기반을 얻었다. '죽'의 주된 소비층이 1인가구가 많다는 점을 착안한 행보였다.
 
본아이에프는 식품브랜드 '순수본'을 통해 편의점용으로 선보인 '아침엔본죽'이 좋은 반응을 얻자, 지난 2월 '아침엔SOUP(수프)'를 새롭게 출시했다. '아침엔SOUP'는 론칭 3개월 만에 12만 개가 팔려나갔고, '아침엔본죽' 역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서면서 올해 연간으로는 전년대비 64% 성장한 340만개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가정용 놀부 부대찌개를 출시하며 HMR을 강화하고 있는 놀부 역시 해당 사업부문이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놀부의 HMR 매출 성장률은 편의점 채널에서 33%, 대형마트는 20%를 기록했다. 
 
죠스떡볶이는 지난해 8월 편의점용으로 컵 떡볶이를 선보인데 이어 올 5월에는 매운소스와 찰순대를 출시했다. 해당제품은 출시 1년을 넘긴 지금도 매달 판매 상승곡선을 그리며 매출 효자상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청년층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1인 가구가 주요 소비주체로 떠올랐다"며 "나홀로족을 겨냥한 외식업계의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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