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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금융사 리스크관리 강화 후퇴

지배구조법 법령해석 통해 '위험관리책임자 영업 겸직' 허용

2016-10-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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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이 당초 취지에 비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지배구조법에 '위험관리책임자의 겸직금지' 규정을 두면서, 리스크관리책임자가 영업과 자산운용 등 은행의 여신업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법령 해석을 통해 겸직을 허용하면서 대형은행 대부분이 조직개편 등이 없이 기존 책임자를 그대로 유임하기에 이르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기존의 리스크관리책임자를 모두 유임시켰다.
 
국민은행은 김기환 리스크관리그룹대표(상무)를 재선임했으며,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 그룹리스크총괄(CRO)과 KEB하나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대표인 황효상 전무를 유임했다. 우리은행도 기존 리스크관리본부장인 최정훈 부행장을 유임시켰으며, 신한은행 역시 조재희 리스크관리그룹 상무를 재선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오는 11월부터 본격시행되는 가운데 '위험관리책임자의 겸직금지' 조항이 핵심 사안이었다.
 
금융사의 리스크관리책임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리스크관리책임자와 영업·자산운용 등의 겸직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이다. 리스크관리책임자의 겸직제한에는 여신 업무도 포함돼 있어 조직개편 및 임원 신규 선임이 예상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은행들이 리스크관리담당자를 유임시키는 등 업무 분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배구조법 법령해석집을 통해 여신 등 주요 영업부서를 겸직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자만 아니면 리스크관리책임자 선임이 가능하도록 수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위도 지배구조법을 시행한 지난 8월에는 "위험관리책임자는 금융회사의 본질적 업무 및 자산운용에 관한 업무 등을 겸직할 수 없다"고 명시됐었다. 이는 리스크관리책임자가 영업과 자산운용 등의 부서로부터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달 14일 금융위가 배포한 법령해석집에서는 ▲본질적 업무 등이라 하더라도 리스크관리책임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경우 ▲위험관리책임자가 여신심사부서를 직접 관할하거나 최종적인 승인 권한이 없으면 겸직 가능으로 해석했다.
 
은행들도 리스크관리책임자의 경우 여신과 자산운용 등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분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여신부서가 리스크가 높은 여신을 집행할 경우 여신그룹에 중재안을 제공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만큼, 지배구조법에서 정의한 리스크관리책임자의 완전한 독립성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8월 지배구조법 발표 당시 은행들은 새 리스크관리책임자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이 많았지만 이번 법령해석집으로 기존대로 리스크업무를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법 시행 유예기간이 이달 말 끝나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이라는 절차로 기존 리스크책임자를 유임시켰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제정된 지배구조법의 취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대출사기사건인 모뉴엘 사태나 대우조선 부실 사태로 인해 은행들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배구조법에서 리스크관리담당자의 겸직금지 규정을 둔 것도 여신심사나 승인업무와 이해가 상충하는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인데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법령해석집을 통해 금지 규정을 완화해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기존 CEO가 선임하던 리스크관리책임자를 이사회에서 선임하게 돼 리스크관리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서 은행의 경우 인사권을 가진 은행장이 리스크책임자를 선임한 것과 달리 이번 법 시행으로 모든주주를 대변하는 이사회가 선임하게 됨으로써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담당자를 선임하게 됐다"며 "임기도 2년 이상으로 못박은 만큼 기존보다 은행의 리스크관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은행의 경우 최근에는 리스크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만큼 큰 변화가 없는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 등 일부 은행이 리스크관리책임자가 여신심사책임자를 겸직하는 경우에는 담당자를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리스크관리책임자를 유임시키면서 금융사의 리스크관리 강화의 필요성에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당초보다 후퇴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왼쪽부터)신한은행,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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