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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오른 코스닥 상장 활성화)②상장 문턱 낮춘 코스닥, 적자기업도 OK

성장성평가 특례상장 연내 추가…한국판 '테슬라' 요건 신설

2016-10-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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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2004년 설립해 2012년 상장한 페이스북, 2006년 설립해 2013년에 상장한 트위터, 2003년에 설립해 2010년에 상장한 테슬라. 이들 기업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정받아 신생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 원하는 수준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혁신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기업인 경우 국내 시장도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인식 아래 국내 증시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역동적인 자본시장 구축을 위한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이다.
 
적자여도 증권사 추천만 있으면 상장 가능
 
지금까지의 제도는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 창출 기반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의 경우 사업화 성공 이전 단계에서 일반상장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즉, 기업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하는 단계까지 미치지 못하고 도산하게 된다는, 일명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이 기술평가 특례상장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상장주선인인 증권사의 추천이 있을 경우 성장성 높은 기업의 상장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자기자본, 생산기반, 시장인지도 등에 치중하지 않고 상장주관사가 성장성을 인정하면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다. 성장성을 측정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겠지만 일차적으로는 투자자들로부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통해 가늠한다. 단 적자기업인 경우 공모를 통해 모아야 하는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 일반 기업보다 높은 500억원에 달한다. 또 이와 더불어 매출증가율을 통해 성장성이 확인되거나 공모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단서도 따라 붙는다.
 
현재 거래소는 연내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을 추진한다는 목표 아래 성장성 심사의 세부 요건을 마련 중이다. 심사 기준은 매출과 이익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는 대전제 아래 마련될 예정이다. 우선 적자 상태의 기업이 상장을 신청하는 경우 성장성 심사로 전환해 진행하는데 이 때 적자 이유의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R&D)이나 생산시설 확충 등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적자라면 타당성이 인정된다. 이밖에 성장성 심사 과정을 통해 독창적 사업모델과 시장경쟁력, 공모자금을 활용한 성장가능성 등을 검토한다.
 
풋백옵션의 부활…실효성은 '글쎄'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의 경우 기존 기술평가 특례상장과 동일하게 기업의 경영성과라는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요건 중 매출, 이익 등에 관한 요건은 상장 후 5년이 경과한 시점으로 적용해 시장 퇴출 기준도 완화시켰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다. 다만 상장 주관사의 추천 여부가 상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점을 감안해 도덕적 해이 문제를 방지하고자 몇 가지 보완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장주관사가 공모에 참여한 일반 청약자에게 환매청구권을 부여하게 하는 조항, 즉 풋백옵션이 적용된다는 게 대표적이다. 상장 후 6개월 간 주가가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주식인수인은 상장주관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상장주관사가 과거 3년간 상장주선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거나 상장 폐지 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통한 개선기간 부여 대상이 되는 경우 1년간 특례상장 추천을 제한하기도 한다.
 
거래소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성장성평가 특례 상장을 통한 혁신기업의 발굴로 코스닥 시장이 좀더 활기를 띄는 한편 유가증권시장과도 차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 증대로 코스닥 시장의 수급 문제도 얼마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관사가 혁신적 기업 발굴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인수수수료 외에 발행기업의 신주 인수권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유인책보다는 책임감을 더욱 크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풋백옵션에 따른 증권사의 책임이 과도해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에 섣불리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상장 주선에 나선다 하더라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책임져야 할 금액 부담이 커지는 만큼 도리어 기업가치를 제대로 책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한국판 '테슬라' 사례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지난 5일 성장 기업의 코스닥 시장 유치를 위한 '역동적인 자본시장 구축을 위한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가 자사 제품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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