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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

(갈길 먼 생체인증)①생체인증 도입 두고 금융당국 vs 시장 '동상이몽'

미완성의 보안기술 집중하는 당국…상용화 뒷전에 시장은 난감

2016-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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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생체인증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다. 공인인증서나 주민등록증을 구비하거나 복잡한 비밀번호를 암기할 필요없이 맨 몸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진보한 덕분이다. 홍체나 지문, 정맥 정보로 각종 금융 업무와 온라인 상거래를 마음껏 처리하는 생체인증 시대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생체인증을 비롯한 핀테크 기술이 국민의 공감대와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강한 정책 의지를 갖고 핀테크 육성책을 추진한 덕분에 실생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입을 모은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보안과 편의성을 확대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보편화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체기술을 일찍부터 도입한 금융사들은 생체인증을 활용한 서비스가 대중들에게 상용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국내 생체인증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으며, 상용화를 이루려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당국은 현재 금융권에 생체인증 도입 확산을 위해 표준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산하 표준화위원회에서 금융기관 간 생체정보 상호 호환을 위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금융결제원을 통해 금융 공동 생체(바이오)인증·FIDO(Fast Identity Online) 시스템을 개발하고 연내로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스템은 한 금융사에 등록된 생체정보를 이용해 사용자 본인인증 서비스를 다른 금융사에게 지원하는 통합 인증 시스템으로 시중은행을 비롯해 카드·보험·증권사 등 50여개 금융사가 참여해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생체정보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통합시스템을 올해 안으로 선보여 금융사들을 지원할 것"이라며 "생체정보 보안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서버와 개인 단말기를 통해 정보를 세분화 시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 인증 시스템을 통해 금융사나 고객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금융 결제서비스에서 생체인증이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생체정보를 활용하기 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생체정보 공유 시스템으로 금융사 간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소비자들의 생체정보 집계가 우선시 돼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인 생체정보를 공유해야한다는 거부감에 등록을 망설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상태다.
 
시중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생체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선 정보 등록이 우선시 돼야하는데 개인의 생체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어 이를 먼저 해결해야한다"며 "생체정보 활용 시스템을 마련하고 시행하려고 해도 이용률이 낮아 아직까지 투자비용 대비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 실제로 생체인증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많지 않다"며 "고가의 전용 센서가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생리적 생체 정보를 특정 사업자가 저장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정부 기관들이 먼저 생체인증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해 상용화에 앞장서는 등 국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입국자의 신원확인에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생체인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생체인식 기술이 우리의 생활에 필요하며 기술 성숙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준 사례다. 신원확인 수단을 생체인식기술로 대체하는 움직임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도 활발하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자주 방문하는 여행객을 인터뷰나 심사를 거치지않고 지문인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는 외국인 망명 신청자들의 중복신청을 막기위해 지문을 이용한 정보검색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생활밀착형 활용 수단 부재…정책적 유인책 마련돼야
 
실생활 접근성이 용이한 스마트폰을 활용한 생체인증 상용화 방안도 주춤해지면서 정책적 유인책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정부는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최근 홍채인식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국내 생체인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지만 배터리 결함 폭발사고로 단종되면서 홍체를 활용한 생체인증 상용화에도 문제가 생겼다.
 
생체 정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만한 효과적인 수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문이나 안면인식 등의 생체정보 활용 서비스는 스마트폰 기능을 통해 대중화에 성공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페이 등의 페이 서비스와 앱카드,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금융사의 비대면 채널이 그 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이 보안과 안전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상용화 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개발과 지원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간 사업초기 생체인증 활용에 대해 보안과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개발과 지원을 진행해 온 당국이 이제는 범용성을 넓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생체정보 활용 수단 및 소비자 이용 혜택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보안 안전성 지원 올인해도 미완성…정보 유출 대응 문제 산적
 
또한 생체정보의 특징상 개인 정보 수정이 불가능한 영구적인 부분에 따라 유출로 인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대처할 수 있는 해결책 마련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생체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전자기기로 정보를 전달해 데이터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해킹 등의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 대표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금융사들이 핀테크 관련 리스크 관리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생체정보의 위조 및 유출 가능성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금융사 개별 리스크 관리를 강조함과 동시에 정책당국이 보안 강화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생체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아직까지 상존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핀테크 보안업체 개발자는 "생체정보를 세분화 시켜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당국이 나서고 있지만 이 경우 표준안을 마련하는데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도입에 대한 시행착오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생체정보를 대상으로 각각의 데이터를 설정해 알고리즘을 기획하더라도 알고리즘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홍체인식 결제시스템을 통해 결제를 시연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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