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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수업연한 다양화, 청년실업 줄이고 경제 발전 돕는다"

이기우 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전문대, 우리 사회 위해 교육적 기여…제도화 지연 납득 안돼"

2016-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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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가 4년제가 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대답게 직업교육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인 것입니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인천재능대 총장)은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한 일부 일반대학의 우려에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전문대 육성방안은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에 서 있다. 국정과제의 하나인 수업연한 다양화는 법안으로 올라갔지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에서조차 다뤄지지 않은 채 지연되고 있다. 이 법안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분야에 한해 전문대의 직업교육과정을 현재 2~3년에서 1~4년으로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취지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 대학들의 반발이 심하다. 전문대가 4년제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달 28일 서울 중림동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은 이 회장을 만나 수업연한 다양화를 둘러싼 오해와 전문대 발전을 위해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을 짚어봤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이 지난 달 28일 오전 서울 중림동에 있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세 번째 취임이다. 이번 임기 중 중점 정책은 무엇인가.
불과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전문대학의 위기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고조되어 있다. 입학 자원 감소로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대학구조조정과 재정 압박의 위기도 전문대학의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상황과 조건이 변했으니, 전문대교협 운영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폭넓은 의견수렴을 전제로 하는 상향식(bottom-up)의 소통방식을 강화하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지방 전문대학이 균형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소외되는 대학이 없도록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대교협이 모든 전문대학에게 비빌 언덕이 되는 큰형 같은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 전문대교협 내부의 업무도 보다 전문화해 전문대학 전체를 제대로 떠받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여나가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또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대학구조개혁이 있다.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전문대학의 내실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적극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대학구조개혁의 불가피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그 방향이 전문대학의 특수성과 교육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되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그 다음 대학 등록금 현실화이다. 지난 8년 간 등록금이 동결 또는 인하된 가운데, 대학구조개혁 추진 등으로 인한 입학정원 감소와 물가인상에 따른 대학운영 비용 증가 등으로 전문대학의 재정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따라서 직업교육의 질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등록금을 현실화하도록 모색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각종 평가제도 개선을 통해 평가에 대한 부담을 줄여 나갈 것이다. 전문대학들은 구조개혁평가,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 평가, 고등직업교육기관 평가인증 등 여러 선정사업과 평가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의 통일과 간소화로 부담은 줄이고 평가를 통한 체질은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
 
전문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문대의 역할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등직업교육의 중심 역할' 이다. 전문대학은 출범하는 순간부터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직업교육을 표방해 왔고, 현재도 또 미래에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사실 전문대학의 위상이나 경쟁력이 높아졌다거나 낮아졌다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문대는 변함없이 그리고 꾸준히 그 시대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회가 필요로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학습을 시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전문대는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묵묵히 직업교육의 외길을 걸어 왔다. 어떤 일이든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위기와 변화 속에서도 전문직업인을 배출해 우리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국제적 경쟁력을 장착한 특성화 대학'이란 무엇인가.
‘국제적 경쟁력을 장착한 특성화대학’이란 직업교육의 국제적 등가성과 통용성을 확보한 대학이다. 교육부가 선정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이 예가 될 수 있다. 이들 대학에게도 아직까지 여러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직업교육의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산업 기술 요구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갖추고 국제사회를 무대로 성장 가능한 대학들이다.
 
특히,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는 직업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측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메가톤급으로 생산되는 지식·정보의 양과 산업구조의 급변에 직업세계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20년 안에 현재의 직업의 반 이상이 사라질 거라는 예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글로벌 직업교육역량을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글로벌 직업교육체제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WCC가 세계적 수준을 넘어서는 글로벌 역량으로 직업교육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해 전문대학의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리라 본다.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오해로 비롯된 일부 일반대학의 반대로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를 포함한 고등교육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아니라 직업교육의 수업연한 다양화인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를 위한 전문대의 교육적 기여이기도 하다. 다양한 지향을 가진 취업 준비생과 실업자, 경력 단절자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일방적인 고등교육체제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줄이고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업연한 다양화가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4년제 대학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업연한이 짧다는 것이 전문대의 최대 장점으로 수업연한 다양화 말 그대로 산업 수용에 맞게 1~4년 탄력적으로 직업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4년 과정뿐만 아니라 1년 과정도 운영해 다양한 직업교육 수요에 대응해 청년실업을 줄이고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본질이다.
 
전문대 학과 가운데 4년까지 배울 필요가 있는 간호학과나 자동차학과 등 일부 학과만 4년제로 하고 1년이 필요하면 1년만 하겠다는 것이다.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의 실현을 위해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다.
 
최근 이른바 '유턴 입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그렇다. 전문대 유턴입학자 수가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달 26일 전국 전문대학의 '2012~2016년 일반대학(4년제) 졸업 후 전문대학 유턴입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대 유턴입학자 수가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해 현재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로 재입학해 다니는 학생이 641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1102명 ▲2013년 1253명 ▲2014년 1283명 ▲2015년 1379명 ▲2016년 1395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현상은 그 동안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무시하고 학력이나 학벌만 쫓아가던 우리 사회가 비싼 값을 치르고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처음부터 당당히 전문대를 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 다니고 싶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대 종사자들이 힘써야 한다. 그전에 앞서 전문대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것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기에 맞춰져야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반대학에서 시행된 '프라임사업' 후유증이 상당하다. 그 중 하나가 '프라임사업을 통한 일반대학의 전문대화'라는 비판이 있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이란 이름으로 사회와 산업의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올해부터 3년간 총 6000억 원을 지원하는 재정지원사업이다. 그 취지는 인문·예체능계를 줄이고 이공계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일반대학 공대생만을 양성하면서 공업고등학교, 전문대학의 기초 기술인력에 대한 미스매치를 그대로 둘 경우 과연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또 프라임사업이 흔히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는 대기업 쏠림현상, 중소기업 인력난 등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도 다소 의문이다. 정말 일자리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려면 사회 전반의 큰 틀에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같이 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전문대학은 대학과 산업현장과의 낙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과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라임사업의 문제는 일반대학의 전문대학과가 아니라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라는 목적에서 전문대학을 빼고 일반대학 중심으로 사업을 시행했다는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곧 사회맞춤형 교육과정 지원사업이 신설되지만 현재 직접적으로 취업과 연계됐다고 말할 수 있는 전문대학 사업으로 유니테크 사업이 유일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직접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사회 전체의 지형을 뒤흔들 큰 위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학력이나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전환하는 교육적 패러다임이 구축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전문대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도 능력중심사회를 표방하고 있고 직무역량 중심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으로 채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공공기관만을 기준으로 지난해 130개에서 올해 230개, 내년에는 전 공공기관으로 NCS 기반 채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장 실무능력과 상관없는 학력이나 학벌을 중심으로 한 스펙 쌓기로 낭비되는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대폭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정부지원은 무엇인가.
전문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전문대는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재정지원은 일반대학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고등교육기관에 지원되는 정부 예산이 일반대학과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대되도록 교육부 등 정부기관과 적극 대화하고 협력해 가고자 한다.
 
매년 전문대 EXPO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에도 큰 성과를 거뒀다.
이번 전문대 EXPO는 기획이 돋보였다고 자평한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시범 운영되는 고등학교 진로집중학기제에 전문대학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도 미래 세대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과 직업을 미리 찾아볼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탐구와 체험의 장이 되도록 기획했다. 또 그 지역 전문대학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도록 대학별 진학상담관을 운영해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전문대학 진학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고 본다.
 
호남권과 영남권 등 지역별로 릴레이 형식으로 행사를 개최해 일종의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우리 전문대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단순히 일반대학의 하급교육기관이 아니라 전문직업교육에 특화된 강점을 가진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렸다. 내년에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EX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 전문대 구성원에게 당부할 말은 무엇인가.
그 어떤 말로 우리 전문대 가족들에게 힘을 드릴 수 있을지 주저되나, 뛰어넘기 힘든 벽을 뛰어넘었을 때 그 벽이 자신을 지켜주는 방패가 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지금 힘들다고 포기하면 벽은 더 높고 견고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장애물을 뛰어넘으면 그것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것이다.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 전문대학 가족 모두가 동지적인 관계에서 서로 격려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부탁한다. 대한민국 직업교육의 진정한 교육 인재로 일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작은 승리를 하나씩 모아 보람으로 승화시켜 주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 전문대교협 회장인 저 이기우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약력 : 이 회장은 부산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경성대 대학원 교육학 박사, 한국해양대 경영학 명예박사를 받았다. 1967년 체신청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경남교육청, 교육부 행정관리담당관, 충북대 사무국장, 교육부 공보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 교육부 지방교육행정국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교육부 기획관리실장 등으로 활동했다.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 취임해 임기를 마친 뒤에는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기획재정분과위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냈으며 2006년 7월부터 인천재능대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0년부터 4년간 제14, 15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지냈다. 이 기간 동안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전문대학의 대학교 명칭 사용, 간호과 4년제 도입, 전공심화과정 개선 등을 이뤄 냈다. 이와 함께 전문대학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전문대학의 위상제고와 고등직업교육의 토대를 쌓는데 큰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왼쪽)이 지난 달 28일 오전 서울 중림동에 있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실에서 윤다혜 기자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최기철 기자
 
 
 
최기철·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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