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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부정행위에 멍든 프로야구…악재 또 악재

안지만·이태양, 도박과 승부조작 연루 혐의

2016-07-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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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프로야구가 또 다시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됐다. 올 시즌 800만 관중을 노리던 국내 최고의 스포츠란 명성에 굵직한 금이 갔다. 검찰이 수사 강도를 높여나가는 가운데 2012년 불거졌던 승부조작 사건과 더불어 지난해 터졌던 해외 원정 도박 사태까지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수들의 도덕성과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는 중이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 20일 안지만(33·삼성)이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안지만은 이미 지난해 말 중국 마카오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를 받던 상황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당시 함께 도박에 참여했던 임창용(40·KIA)과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약식기소돼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한 차례 후폭풍이 야구계를 휩쓴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안지만은 이번 혐의 수사과정에서 "지인이 음식점을 차린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돈을 제공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사과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던 안지만이기에 그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안지만의 혐의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후 몇 시간 뒤에는 이태양(23·NC)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창원지검을 통해 밝혀졌다. 국가대표까지 뽑힌 젊은 투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야구계는 연이어 충격에 빠졌다. NC는 즉시 사과문을 내고 그를 1군에서 제외했지만 검찰은 수사 강도를 높이면서 브로커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추가로 몇몇 선수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NC를 비롯한 야구계 전체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승부조작 혐의 내용은 2012년 승부조작 사태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4년 만에 같은 사태가 재발했다는 점에서 야구계를 비롯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12년 초 박현준과 김성현이 브로커가 개입한 승부조작에 연루돼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들은 특정 상대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의 방법으로 팬들과 야구를 우롱하고 뒷돈을 챙겼다. 이번 이태양의 승부조작 역시 같은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전체를 쉽게 뒤흔들 수 있는 포지션인 투수가 브로커와 연결된 것이다. KBO는 2012년 승부조작 사태 이후 박현준과 김성현을 퇴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과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의혹에 빠지면서 KBO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이 스포츠계와 연결되는 것은 개인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구조 문제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이런 사안일수록 미국이나 일본 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는 우리 특유의 선후배 문화가 강하다. 그런 면에서 브로커가 특정 선수만 지목해 접근할 경우 더 많은 선수들까지 가담시키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 방지라는 게 한다고 하지만 어려운 면도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래도 현실적인 대책을 계속 세워야하며 KBO나 문체부 차원의 고심도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바꿔나갈 건 바꿔나가는 동시에 선수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나 기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 지속해서 승부조작이나 도박 같은 위험성을 제고시키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수들의 성장 과정과 교육적인 부분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한 스포츠 관련 학과 교수는 "아직도 중고교 대회에서는 특정 학교와 선수의 입시를 위해 경기를 져주거나 대충 하는 식의 지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선수들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스포츠란 게 정말 어떠한 것인지 원칙적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O는 21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 선수에 대해 정황이 확인되는 즉시 우선 참가활동정지 조치를 취하겠다. 사법적인 결과에 따라 실격 처리 등 일벌백계의 엄중한 제재를 가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리그 차원의 확고한 대책을 수립하겠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근절을 위해 정부 당국, 프로스포츠협회, 각 연맹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수년전과 비슷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더욱 구체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된 NC 다이노스의 투수 이태양.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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