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윤다혜

여교사 70% "성폭력 피해 경험 있어"

전교조 "교사들과 소통해 종합 대책 수립해야"

2016-06-15 11:12

조회수 : 4,10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전국 여교사 70%가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전문산하기구인 참교육연구소는 지난달 22일 발생한 '학부모, 지역주민에 의한 집단성폭력 사건' 관련해 여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피해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한 여교사의 비율은 29.3%에 불과했다.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피해 경험은 술 따르기·마시기 강요(53.6%)였다. 이어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과 같은 신체 접촉(31.9%)의 순이다. 
 
특히 2.1%의 교사들은 키스 등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으며 강간과 강간 미수 등 성폭행 피해율도  0.6%에 달한다. 
 
가해자의 유형을 묻는 설문에는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 동료교사가 6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경험률은 지역별 차이보다 학교급별 차이가 커, 상대적으로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의 피해율이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가 59.5%, 고등학교 52.4%, 중학교 40.4% 순이었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가해 사례는 직책이 있는 경우(학부모 11.0%, 주민 4.0%)가 직책이 없는 경우(학부모 1.8%, 주민 1.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대다수 학부모·주민의 경우와 달리, 학교 교육에 관여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은 교사들과 직접 접촉하거나 공적 활동의 연장으로써 회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희롱, 성폭력 가해자들의 행동 이유에 대해선 여교사의 36.9%가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5.1%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유흥 문화를 들었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의 방조 및 부추김을 가장 큰 이유로 보는 응답도 15.2%에 이른다.
 
교육부 등을 통해 언급된 대책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대해서는 긍정 답변이 90.6%에 이르는 반면, ‘관사 CCTV 설치 등 안전대책 마련(55.0%)’이나 ‘교대, 사대생, 현직 교사에 대한 성범죄 대응 역량 강화(51.3%)’, ‘도서벽지 지역에 신임 여교사 임용 중지(36.7%)’에 대한 긍정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교조 송재혁 대변인은 "성범죄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성차별적 사회 인식과 문화에 있다.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CCTV 의무 설치나 도서벽지 지역 신임 여교사 임용 중지 등은 원인에 근거한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CTV 설치 등 안전대책 마련'에 대해 지역적으로는 울산(83.3%), 제주(81.8%), 부산(72.2%) 순으로 긍정 응답이 높았다. 하지만 도서, 산간벽지가 많아 관사를 이용해야 하는 지역에서 긍정 답변은 평균 이하이거나(강원 36.4%, 경남 44.7%, 충남 52.6%)이거나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전남 58.0%)으로 나타났다.
 
도서 벽지 지역 여교사 임용 중지 대책에 대해서는 36.7%가 긍정 답변한 반면 61.0%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송 대변인은 "인턴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인턴을 모두 남성으로 뽑겠다고 하는 수준의 대책안은 근시안적"이라며 "신규 여교사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도서 벽지 지역으로 떠밀린다면 문제가 있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든 지역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장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최근 1~2년간 학부모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8.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모르겠다는 응답도 25.4%이다. 실시해도 가정통신문(47.0%) 또는 학부모총회 교육(39.6%)이 대부분이었다. 
 
송 대변인은 "교직원 대상 성교육 도입 초기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예산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전문가를 초청해 실질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예산 배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80.0%). 그 다음으로 ‘학부모들에게 영향력이 큰 관리자들의 반성폭력교육 의무화(37.3%)’, ‘도서벽지 근무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28.8%)’, ‘성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내용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23.31%)’ 순으로 답변했다.
 
송 대변인은 "학교 성평등 교육이 의무화됐지만 학생들에 대해서는 입시경쟁교육에 밀려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교직원 대상 교육에 관리자가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교육이 실질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부는 교사들과 소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으며 1758명이 응답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전남 도서지역 신안군 임자초등학교를 현장 방문, 제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 윤다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