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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구의역 사고, '위험 외주화'가 낳은 비극"

야권 "비정규직 확대 등이 원인"…정진석 "서울시 관리감독 책임"

2016-05-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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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밥 한끼를 못먹이고, 라면 하나 못먹이고 보냈다. 그랬는데 서울메트로 처장이 와서 한다는 말이 ‘저희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하는데…” 지난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한 용역업체 노동자 김모(19)씨의 어머니는 31일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나자마자 오열했다. 김씨의 유가족은 서울메트로의 책임 회피에 반발하며 빈소 마련 등 장례를 거부하고 있다. 시신은 건국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상태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31일 여·야 원내 4당 지도부는 사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애도하고 서울메트로 측에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구의역 역장실에서 서울메트로 간부들을 만나 "사후약방문으로 대책을 세우고는 하는데 사전에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느냐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1월 성수역과 지난해 8월 강남역에 이어 유사한 사고가 이어지는데 대한 근본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면담 후 “세월호 이후에도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대해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19살 젊은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가슴 아프게 돌아가셨다.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고칠 일이 있으면 다시 한손보고 자세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서울메트로 측에서 내놓은 ‘복무기강 확립 강화 및 관련자 엄중문책’, ‘자회사 설립추진을 통한 조직·인력 운영방식 개선’ 등의 대책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위험한 일인만큼 정규직원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이지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복무기강 확립에 대해서도 “직원의 근무태만으로 벌어진 일인가.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는데 신상필벌로 징계를 강화하면 해결되냐”고 반박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새누리당과 야당의 인식이 다른 점도 있었다. 야당에서는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는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심상정 대표는 “지금까지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위험을 경고해 왔으며 안전 관련 작업은 정규직이 책임지고 하도록 하는 법안을 19대 국회에서 발의했는데 안됐다”며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를 다른 야당들에 제안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안전관리 책임은 없는 것인지, 시민들의 안전을 너무 소홀히 다룬 것은 아닌지 국회에서 짚고 넘어갈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트위터에 고인을 두고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남긴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사고 원인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작업을 외주화하고 2인1조 근무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관리·감독 미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선택을 잘못해 변을 당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더민주 김병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금의 여유도 없는 사람이 택하는 직업이라도 덜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위험을 외주화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의 글은 삭제됐다.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들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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