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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점점 어려워지는 K리그의 ACL 정복

5년 연속 결승 진출은 옛말…'최다 우승 리그' 타이틀도 위태

2016-05-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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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K리그 팀들의 아시아 무대 정상 등극이 점점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16강에 오른 FC서울과 전북현대 모두 8강행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며 시즌 초 "목표는 우승"이라던 감독들의 출사표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우선 서울은 지난 18일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열린 ACL 16강 1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 원정 경기에서 0-1로 졌다. 전반 선제골을 내준 뒤 상대의 압박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막판 히든카드로 박주영까지 투입하는 등 공격의 고삐를 바싹 당겼으나 우라와의 촘촘한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내용상으로는 기회가 있었다. 우리도 많은 기회를 만들었는데 상대 진영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제 서울은 오는 25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2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8강에 오를 수 있다.
 
앞서 전북현대도 지난 17일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벌인 ACL 16강 원정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호주 원정이 16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해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지만 냉정한 결과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전북도 8강에 오르려면 오는 24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이기거나 0-0으로 비겨야 한다. 그날 90분 경기가 끝났을 때 1-1이면 연장전에 들어가고 2-2면 전북이 탈락한다.
 
이러한 K리그 팀들의 ACL 부진은 과거 성적표와 대조된다. 한때 K리그는 ACL 대표 강호로 군림하며 '5년 연속 결승 진출'이란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 2012년 울산은 ACL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의 자존심을 높였다. 2011년과 2013년에는 전북과 서울이 각각 준우승을 따내 "어쨌든 결승까지는 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K리그의 ACL 흐름은 좋지 않다. 2014년엔 서울이 4강 문턱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북이 8강에 오른 게 전부다.
 
특히 전북은 지난해까지 K리그 2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절대 1강'으로 분류되면서도 ACL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제는 ACL이 결코 만만한 대회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리그가 주춤한 사이 2013년과 2015년은 광저우 헝다(중국)가 ACL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중국의 '축구 굴기'를 반영하듯 막대한 자금으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중국이 아시아 무대 결승에 오른 것은 ACL 전신인 1997~1998 아시아클럽챔피언십 시절 다롄 완다가 결승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당시 다롄 완다는 포항과 맞붙은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했다.
 
2014년에는 웨스턴 시드니(호주)가 결승에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호주는 2007년부터 아시아축구연맹에 편입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체격조건의 우위를 앞세워 점차 ACL에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일본 J리그는 지난해부터 ACL에 출전하는 팀들에 대한 경기 일정 조율 등 각종 지원을 협회 차원에서 하고 있다. J리그 또한 2008년 감바 오사카의 우승 이후 ACL 결승에 오르지 못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K리그의 주춤하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ACL 최다 우승(10회)과 최다 준우승(6회) 기록을 가진 과거의 위상도 한풀 꺾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프로축구연맹을 비롯한 축구계 전체의 전폭적인 지원과 노력에 더해 전체적인 축구 열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매년 불거지는 ACL이나 K리그 중계 문제도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과제로 매번 거론된다.
 
한편 ACL을 우승하면 우승 상금이 300만 달러(약 3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50만 달러에서 올해 대회부터 2배 오른 상금을 책정한다. 우승팀은 이와 더불어 클럽월드컵 출전권도 얻는다. 16강 출전부터 나오는 각종 수당과 아시아 시장을 향한 구단 홍보까지 포함하면 꽤 매력적인 대회로 꼽힌다. K리그에서 강호로 꼽히는 팀의 감독들은 공공연히 ACL 우승을 한해 목표로 삼는 이유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18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FC서울과 우라와 레즈(일본)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FC서울 선수단이 벤치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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