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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영화리뷰)'히말라야', 산(山)사람의 착한 마음씨

2015-12-16 14:09

조회수 : 7,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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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산이 거기 있으니까요."
 
영화 '히말라야' 촬영 중 배우 황정민이 등반이 너무 힘든 나머지 전문 산악인에게 "이렇게 힘든 걸 왜 오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산(山)사람들에게는 산을 오르는 데 굳이 뚜렷한 목적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산사람들이 죽은 대원의 시신을 되찾고자는 목적으로 산을 오른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MBC '아! 에베레스트'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바 있는 '휴먼원정대'의 사연이다. 엄홍길 대장을 필두로 한 '휴먼원정대'는 지난 2004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하산 길에 사망한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산에 오른 바 있다. 그 이야기가 영화 '히말라야'로 재탄생했다.
 
영화 '히말라야'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히말라야'에서 배우 황정민이 엄홍길 대장을 맡고, '대세 배우'로 떠오른 정우가 박무택 대원을 연기한다. 김인권과 조성하, 라미란, 김원해 등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이 뒤를 받친다. '스파이', '국제시장' 등의 영화에서 보듯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데 정통한 제작사 JK필름이 제작을 맡고, 코믹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히말라야 절경을 그린다. 올 연말 최대 기대작으로 불릴 만한 진용이다.
 
영화는 JK필름 스타일대로 즐겁게 출발한다. 엄홍길과 박무택의 첫 만남부터 박무택과 박정복(김인권 분)이 히말라야 등정의 막내 대원으로 합류하는 과정, 칸첸중가 등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대원이 진한 동료애를 쌓는다. 크고 작은 웃음이 섞여있는 가운데 히말라야의 절경을 볼 거리로 제공한다. 내년 각종 영화 시상식의 촬영상은 '히말라야'가 독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들 정도로 이전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 펼쳐진다.
 
'국제시장'이 네 편의 영화를 하나로 묶은 느낌이라면, '히말라야'는 두 편의 영화를 하나로 조합한 느낌이다. 전반전은 두 사람의 우정을 중심으로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영화 '히말라야' 정우, 황정민, 김인권(왼쪽부터)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학교 선배들과 히말라야에 오른 박무택과 박정복은 하산 길에 목숨을 잃는다. 이 지점부터 영화는 좀 더 무겁고 슬픈 톤으로 후반적을 시작한다. "산에 올랐으면 내려와야지 거기서 삽니까?"라는 말을 남긴 박무택 대원을 떠올린 엄 대장은 시신을 수습하기로 결정한다. 그의 동료애는 따뜻하면서도 비장하다.
 
그렇게 엄 대장은 '휴먼원정대'를 꾸린다. 쉽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원 모으기'는 대원들이 갑작스레 하나로 합심하며 예상 밖으로 쉽게 꾸려진다. 각 대원마다 사연이 있어 쉽지 않을 것만 같다가, 어느 순간 착착 한 자리에 모이는 시퀀스는 다소 촌스럽긴 하지만, 묘한 감동을 준다.
 
약 70여일 동안 대원들은 캠프를 차렸다가 내려오길 반복하고, 힘겹게 고 박 대원의 시신을 찾아낸다. 얼어붙다 못해 무겁고 딱딱해진 시신을 끌고 하산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를 보다 못한 박무택의 아내 최수영(정유미 분)은 대원들을 배려하고, 그의 착한 마음씨에 대원들은 눈물을 쏟아낸다. 예상 밖의 하이라이트에서 관객들 역시 눈물을 흘릴 것으로 예상된다.
 
'히말라야'에는 '휴먼원정대'의 착한 마음씨가 온전히 담겨 있다. 나보다는 주위를 먼저 생각하고, 진한 우정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마음을 스크린에 그린다. 그 과정에서 억지는 없다. 영화를 보기 전 JK필름 특유의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를 예상했지만, 이번 만큼은 억지로 뽑아내지 않았다. "고인 때문이라도 우리가 상업적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는 윤제균 감독(제작)의 말이 스크린에서 전해진다. 이 덕분에 '히말라야'가 JK필름 전작에 비해 훨씬 더 고급스러워졌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착한 마음씨도 스크린에서 드러난다. 산악인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디테일을 살렸으며, 히말라야의 절경을 담기 위해 4000m 이상에서 촬영을 감행했다. "산악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산악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한 이석훈 촬영감독의 곧은 심지가 장관을 통해 표현된다. 그 가운데 영화는 마치 "당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당신을 위해 나설 '휴먼원정대'가 있을까?"라고 묻는 듯하다.
 
영화 '히말라야' 주요 배우진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1년 동안 3편의 영화에 출연한 황정민은 이번에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거칠고 극성을 부리면서도, 진중하고 인간미 있는 모습이 '국제시장'의 덕수 같기도 하고, '베테랑'의 서도철 같기도 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더 푸근하고 깊이가 있다. 그가 왜 충무로는 물론이고 1천만이 넘는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지 연기에서 묻어난다.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라는 별칭으로 통하며 여심을 훔친 정우는 경상도 출신 상남자로 변한다. 남자답고 강직해보이지만, 주위를 아끼는 산사람의 매력을 훌륭히 표현한다.
 
캐스팅의 '신의 한 수'는 정유미다. 이 감독이 재구성한 부분에서 정유미의 호연은 진한 감동을 준다. "꼭 정유미였으면 했다"는 이석훈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박무택의 오랜 친구 박정복 역의 김인권은 또 다른 감동 포인트다. 영화가 끝난 뒤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인물이다. 이외에도 김원해, 라미란, 조성하를 비롯한 대원들 연기 모두 훌륭하다. 
 
영화는 히말라야의 절경 속에서 펼쳐지는 한 특정인의 사연을 담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본 뒤 '착하게 살자'라는 뻔한 문구가 새삼스레 가슴을 친다. 에베레스트산이 비록 대중적인 소재이진 않지만, 휴머니즘이 가득한 이 영화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개봉은 12월 16일, 상영시간은 124분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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