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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의눈)김준기의 악수 '최연희'

2014-04-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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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동부그룹을 향한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갔다.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동부는 문제의 심각성이 위험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시장의 우려를 더는 데 주력했다. 
 
최근의 동부는 위험, 그 이상이다. 여러 내홍을 겪고 있다.
 
우선 동부제철(016380)·동부건설(005960)·동부화재(005830) 등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유상증자 참여를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동부그룹도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강제사안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대출도 있고"라는 관계자 말에서 어떻게든 유상증자 참여를 압박했다는 늬앙스가 강했다. "재테크"라는 해명은 "김준기 회장도 참여하지 않지 않느냐"는 반문에 봉착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키로 했고, 유증 등의 문제도 산업은행과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자 성추행 파문으로 과거 한나라당을 강제로 떠나야 했던 최연희 전 의원이 건설·디벨로퍼와 농업·바이오 사업부문 회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인 민간함 시점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를, 그것도 회장직에 앉혔다. 
 
이에 대한 동부그룹의 변을 들어보자. 동부는 영입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최 회장이 공직생활과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폭넓은 안목과 경륜을 바탕으로 건설·물류·발전 등 디벨로퍼 사업과 농업사업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진짜 이유는 바로 윗 문장에 있다. '최 회장은 김준기 회장과 같은 동향으로, 유년시절부터 오랜 교분을 맺어 왔다'는 대목이다. 김 회장이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최 전 의원을 회장으로 영입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처음 이 소식이 접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그' 최연희가 '이' 최연희가 맞냐는 것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국회의원 시절 성추행 사태로 곤혹을 치렀다.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기자의 가슴을 만진 후 "식당 여주인인 줄 알았다"는 궤변에 가까운 해명을 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 사과를 했고 최 의원은 자진 탈당했다. 그는 당의 살림을 책임지던 사무총장이었다.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도 연루됐다. 최 회장은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가 발각돼 지난해 벌금과 추징금을 선고받고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무소속 출마를 강행, 어렵사리 금배지를 달았지만 결국 불명예스럽게 정계를 떠나야만 했다.
 
최 회장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70세의 고령인지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최 회장이 동부그룹의 구원투수로 나선 게 아니라 김 회장이 고향 친구의 남은 여생을 책임진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의리 차원이다.
  
물론 이에 대한 동부그룹의 해명은 다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숱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 회장이 어릴 때부터 최 회장을 봐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의 역량을 안다"며 "과연 동부에 필요하지 않다면 최 회장을 영입했겠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의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김 회장답다'는 반응이다. 과거 김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발을 끊을 때도 사표를 제출했다. 초유의 일이다. 이 사표는 아직까지 수리되지 않았다. 이후 재계 인사들과의 왕래도 사실상 단절했다.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김 회장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로 회자되고 있다.
 
당당한 김 회장과는 달리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동부 계열사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기자에게 "솔직히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여직원들의 불만은 (외부에) 알려진 것 이상"이라고까지 했다. 무리수를 넘어 악수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친구의 부도덕한 행실을 감싸주는 걸 누가 뭐라고 하겠냐만은, 그 사람이 그룹을 관장하는 '회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자사주 강매 사례처럼 직원들에게 기업을 위해 일정 부문 희생하길 원한다면 김 회장도 아집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친구와의 우정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않다.
 
동부그룹이 공기업은 아니다. 사기업이기 때문에 인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돼야겠지만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적 공분을 산 인물을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분야의 회장직으로 앉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회장의 중책을 맡을 만큼 경영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동양 부회장으로 재계에 발을 들여놨지만 동양그룹은 산산조각났다.
 
어쩌면 김 회장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의 이해 같은 건 필요로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창업주로서 내 힘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일군 회사이고, 현재 유일하게 남은 창업 1세대라는 자부심이 그를 판단 착오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닌지, 화끈한 김준기 회장의 성격이 단점으로 작용한 사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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