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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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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사라진 인천야구

'23년 원클럽맨' 김강민의 한화행…프로야구의 낭만 되돌아봐야 할 떄

2023-11-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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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 이들 프로야구팀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인천을 연고로 했다는 점입니다. 40여년의 프로야구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 이 기간 인천에는 무려 6개팀이 존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21년 인천연고팀이 SK에서 SSG로 바뀌었을 때에도 우려, 걱정보단 기대가 더 컸습니다. 야구에 누구보다 큰 열정을 가진 정용진 구단주가 팀을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한 구단을 인수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정권의 압력에 못이겨 구단을 인수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초 무사 주자없는 상황 SSG 김강민이 타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야구팬으로 수많은 팀들이 인천을 거쳐간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인천야구의 명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그동안 응원했던 팀에 선수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SK가 인천연고팀이 아니었던 쌍방울을 인수한 뒤 박재홍, 박경완 선수와 같은 현대의 레전드 선수들을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만, 수많은 팀들을 거친 인천야구팬 입장에서 오랫동안 응원한 선수들만큼 인천야구의 역사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SK와 SSG에서 23년간 선수로 활동했던 김강민 선수가 2차 드래프트 끝에 한화 이글스에서 뛰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인천야구팬들에겐 충격이었습니다. 2018년 넥센 히어르즈(현 키움)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 2022년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역전 끝내기 쓰리런 홈런의 주인공인 김강민 선수가 23년 만에 팀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2차 드래프트에서 35인에 김강민 선수를 보호했다면 한화로 갈 일은 없었을 겁니다. SSG 프런트가 올해 42세의 김강민 선수를 더 이상 팀내 전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탓에 그를 35인 외 선수로 분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강민 선수는 한화로 갔고 팬들의 불만이 폭발하며 2차 드래프트를 주도했던 김성용 단장이 단장직에서 물러나 팀내 다른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강민 선수의 한화행은 여러모로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단순히 김강민 선수의 기량만을 판단해 35인 외 전력으로 판단한 SSG 프런트의 큰 착오였습니다. SSG 프런트에선 김강민 선수의 나이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야구팀와 야구선수를 좋아하는 건 실용성이나 합리성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본인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스토리가 자신의 인생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 선수라는 믿음이 야구팬들에게 존재합니다. 
 
이를 우리는 '낭만'이라고 부릅니다. 야구팬들이 본인이 응원하는 팀이 잘한다고,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의 성적이 좋아진다고 해서 본인이 물질적으로 이득을 보는 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응원해서 너한텐 남는 게 뭐냐"고.
 
SSG팬들이 실용성과 합리성을 따졌다면 쿠팡의 로켓배송을 두고 굳이 SSG의 모기업인 이마트로 직접 장을 보러 가진 않았을 것이고, 집에서 10분 더 가까운 롯데마트를 이용하지, 10분 더 먼 이마트를 이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근처 카페, 편의점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단순히 합리성만으론 야구팬들의 감정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면 프로야구엔 '낭만'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김강민 선수의 한화행으로 인천야구팬들의 좋은 기억 일부가 사라졌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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