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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갔나…일본에게 받은 '자료'가 성과?

한국 시찰단, 현장서 시료채취 요구 안 했다…"일본 홍보자료 번역한 수준"

2023-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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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한국 정부 시찰단이 일본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현장을 둘러본 이후 처음으로 공식 브리핑 했습니다. 시찰단은 크게 ‘방사능 오염수 안전성’과 ‘방류 관련 설비의 장기적 안정운영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찰단은 특히 설비의 장기적 안정운영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며, 그 결과를 브리핑했습니다. 
 
국내에서 방사능 오염수 안전성에 대해 우려가 높은 것과는 큰 온도차가 있는 행보입니다. 시찰단이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시료를 채취하지 않아 발표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시찰단은 일본 측에서 넘겨준 자료를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애초에 우려대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들러리’에 그칠 공산이 커졌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등 일본 현지에서 진행한 현장 시찰단 주요 활동 결과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찰단은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시찰 주요활동 결과를 브리핑했습니다. 사전배포 자료와 현장 설명에 따르면 시찰단은 방류 관련 설비의 장기적 안정운영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오염수를 이송하는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양 방출을 긴급 차단할 수 있는지, 설비가 고장났을 때 대비한 별도의 예비 제어 설비가 구비돼 있는지, 정전 상황에서도 설비가 운용되도록 무정전 전원을 설치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에 의존한 '방사능 오염수 안전성 검증' 
세슘, 스트론튬도 확인했어야 하는데…"언급조차 없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활동 내역은 구멍투성이입니다. 처음부터 정부는 한일 실무협의 단계에서 합의한 대로 ‘현장 시료 채취 불가’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시찰단도 현지 방일 중 시료 채취에 대한 요구를 일본에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신 시찰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작년에 제공한 시료를 교차분석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겠다고 했습니다.
 
시찰단은 일본 측에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습니다. 이들은 일본이 주요 방사능 핵종 10개에 대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입·출구 농도에 대한 미가공 데이터(로데이터) 자료를 확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연 1회 이뤄지는 64개 방사능 핵종에 대한 농도 자료도 확보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위험 방사능 물질에 대한 자료 미확보입니다. 삼중수소는 알프스로 제거되지 않는데요. 일본은 삼중수소를 기준치의 1/40 이하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겠다고 하지만, 삼중수소는 희석하더라도 체내에 투입되면 DNA 끈을 끊어 놓거나 변형돼 암을 발생시킬 우려가 높은 물질입니다. 하지만 시찰단은 삼중수소를 방류하기 위한 절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일본은 삼중수소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상류수조와 해수배관헤더~상류수조 사이 배관에서 매일 검사를 실시해 방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뉴스토마토>에 “삼중수소 농도 파악은, 모든 나라가 통상 하는 절차인데,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하나 마나 하는 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서 교수는 “삼중수소도 중요하지만 세슘, 스트론튬 등도 확인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아예 검증하지 않았는지, 언급조차 없다”며 “결국 일본이 홍보하는 자료를 우리나라 말로 번역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인 세슘, 스트론튬 등은 방류될 경우 플랑크톤·어류·해조류 등을 통해 먹이사슬로 연결,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드시 시찰단이 검증했어야 하는 물질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등 일본 현지에서 진행한 현장 시찰단 주요 활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원전 오염수 이송ㆍ희석ㆍ방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국희 시찰단장 "의미 있는 진전"
민간전문가 빠진 시찰단, 안전성 검증에 '구멍'
 
유국희 시찰단장은 “구체적 자료를 확보해 과학·기술적으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현장 시찰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래도 시찰단이 종합적으로 정리·분석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시찰단은 전문가 단원 명단 전원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시찰단은 유 단장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 19명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나머지 1명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속입니다. 전원이 정부 측 소속 전문가임을 고려하면 오염수의 안전성을 재확인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민간전문가가 투입됐다면 다양한 차원의 검증을 할 수 있었을텐데, 정부 측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탓에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을 따져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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