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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지킨 대가, 남성 차별? 법무부, 국가배상 '허점' 손질

군 복무 가능성 있어도 취업가능 기간에 포함

2023-05-24 16:09

조회수 : 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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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법무부가 국가배상액 산정 시 남성의 예상 군복무 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 전부 포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군 복무로 인해 받는 남성 차별을 폐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전사·순직한 군경 유족이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합니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국가배상법과 동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25일부터 7월4일까지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병역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제도들을 찾아서 개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군 복무 가능성만 있어도 모두 배상
 
현행 국가배상법 시행령은 군 복무 기간을 일실이익 계산을 위한 취업가능 기간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도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남성 피해자는 '현역 복무가 면제된다'는 등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역 복무 기간이 가동 기간에서 제외됐습니다.
 
법무부 예시에 따르면 9세 아동이 사망한 경우 남성은 여성보다 약 2682만원 적은 배상액을 받습니다. 동일한 사건으로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은 피해 남학생은 18개월의 군 복무 예정 기간이 취업 가능 기간에서 제외돼 피해 여학생에 비해 배상금이 적게 책정된 겁니다.
 
법무부는 이러한 배상액 산정 방식이 병역 의무자에게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주고, 병역 의무가 없는 사람과 차별하는 결과가 돼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법무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군 복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그 복무 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 전부 산입하는 취지로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며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남은 국가 배상 사건에도 적용합니다.
 
정부과천청사. (사진=윤민영 기자)
 
전사·순직 군경 유족, '정신적 고통' 인한 위자료 청구 가능
 
법무부는 전사·순직 군경 유족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도록 '이중배상금지 원칙'도 개정합니다.
 
이중배상금지 원칙은 군인·군무원·경찰 공무원 등이 전투·훈련 등의 직무 집행 중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 본인과 그 유족이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없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1967년 한국전쟁·베트남파병 등으로 국가배상이 폭증하면서 도입됐습니다. 1971년 대법원은 이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당시 정부는 헌법과 국가배상법에 차례로 이중배상금치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현재까지 8차례에 걸친 헌법 소원은 각하됐으나 헌법 개정 등 보완의 필요성은 제기된 상태입니다.
 
법무부는 민법 제752조(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에 따라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전사·순직 군경의 권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것으로 이를 봉쇄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보상금 산정에 유족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를 고려하고 있지 않아 법령상 보상과 별개로 위자료 청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해당 원칙을 규정한 국가배상법 2조에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제3항으로 신설할 예정입니다.
 
'홍정기 일병' 사건, 독소조항 개선 도화선
 
이중배상금지 원칙 개정은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과 뇌출혈로 사망한 '홍정기 일병'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2015년 입대한 홍 일병은 이듬해 3월부터 사랑니 통증과 구토 증세로 시작해 두통과 온몸에 멍이 드는 등 건강이 악화했습니다. 연대 의무중대에서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진단은 받은 홍 일병은 민간 의원에서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부대로 복귀했고 결국 같은 달 24일 사망했습니다.
 
유족 측은 군 당국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아 홍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2019년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지난 2월 화해권고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국가배상법 명문 규정상 입법이 아닌 법무부의 해석을 통해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화해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한 장관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입대한 청년이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을 보고 받고 법률이 바뀔 때가 됐다고 판단해 장관 주재로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며 "유족에게 독자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이 사안만이 아니라 병역 의무자에게 불합리한 제도를 더 찾아보고 개선하기 위해 실무자들과 검토했다"고 개정안 추진 배경을 밝혔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전 추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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