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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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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세모이배월)하이록코리아 실적 증가·상속 이슈…배당 기대감 확대

1분기 실적 ‘껑충’…“별도 순익 30% 배당 목표”

2023-05-10 02:00

조회수 : 8,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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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스피가 2600선을 눈앞에 두고 다시 2500 초반으로 밀려났지만 조선 관련주들의 분위기는 좋아 보입니다. 조선사를 비롯해 조선기자재 종목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하이록코리아도 여기에 속해 있습니다. 
 
조선 등 전방산업 기지개 
 
하이록코리아는 관이음쇠(fitting)와 밸브 등을 생산합니다. 이 제품들이 주로 석유화학업체나 조선업체로 납품됩니다. 
 
피팅밸브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인체의 관절처럼 대형 관과 용접해서 연결해 관의 방향을 바꾸거나 관의 끝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은 용접용 피팅입니다. ‘ㄱ’자, ‘T’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상장사 중 성광벤드, 태광 등이 주로 용접용 피팅을 생산합니다.
 
하이록코리아는 계장용 피팅을 주로 만듭니다. 배관 또는 그 주위에 부착돼 설비를 계측, 계량하거나 시료를 채취하는 용도로 쓰이는 피팅입니다. 계장용 피팅이다 보니 경쟁사들에 비해 플랜트향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석유화학. 온·오프쇼어(육지 및 해상) 플랜트 매출 비중이 50% 정도에 달합니다.
 
플랜트 비중이 높다는 것은 삼성엔지니어링 같은 국내 EPC 업체들이 해외에 나가 일감을 수주해야 그로부터 납품을 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또 계장용 피팅은 용접용 피팅보다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이 반년 정도 늦습니다. 대규모 해양플랜트가 시작되거나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수주를 연달아 받으면 용접용 피팅에서 매출이 나온 후에 계장용 피팅이 주목을 받습니다. 현재 조선기자재 상장사들 중 용접용 피팅업체들은 1분기 실적이 대폭 증가해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이록코리아도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지만 주가 흐름이 무뎌 보이는 것도 이런 특성과 무관치 않습니다. 
 
남들보다 사업이 다변화되어 있다는 점도 영향이 있습니다. 매출처가 다양해 경기방어력이 좋죠. 하지만 반대로 업황이 돌아설 때는 턴어라운드 폭과 탄력도 덜한 편입니다. 
 
그래도 올해 실적은 기대가 됩니다. 전방산업이 모두 돌아서는 중이니까요. 1분기에 벌써 지난해 같은 기간(52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올 한 해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이록코리아 본사 전경 (사진=하이록코리아)
 
매년 배당 꼬박꼬박…증액 가능성도
 
경쟁사들이 배당에 인색한 데 비해 하이록코리아는 매년 배당도 잘 해주는 편입니다. 2022년 결산에서는 배당금을 증액했어요. 
 
여느 고배당주들과 비교하면 배당수익률에서는 뒤쳐진 편이지만 올해는 두 가지 이유로 조금 더 기대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실적입니다. 곳간이 풍족해지면 인심도 후해지는 법이죠. 하이록코리아는 지난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당 600원 배당을 승인했습니다. 2021년보다 100원이 증액됐습니다. 
 
사측은 사업보고서에 배당정책에 대해 “배당규모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와 경영실적, 현금흐름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고 있으며,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배당성향 30%를 목표로 배당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해 순이익의 30% 정도를 배당금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주당 600원, 총 77억1363만원의 배당금은 2022년 별도 순이익 321억원의 30%에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적이 증가하자 배당금을 증액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또 주총 한달 전에 지분율 5.56%에 해당하는 자사주 75만7182주를 전량 소각한 점을 감안하면 배당을 100원 올려준 것 이상의 주주환원 효과가 있었습니다. 
 
올해 실적이 더 늘어나면 배당금은 또 증액될 수 있을까요? 별도이익의 30%를 지킨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두 번째 배당증액을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은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 상속입니다. 
 
하이록코리아의 최대주주는 문휴건 부회장(대표이사)입니다. 현재 지분율 40.37%의 주식을 보유 중입니다. 그리고 문 대표의 부친인 문영훈 회장 지분율은 11.96%입니다. 문 회장은 1933년생으로 만 90세 고령입니다. 당연히 보유 지분의 상속과 증여에 대해 고민할 만한 시기입니다. 153만주가 한꺼번에 문 대표에게 상속·증여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상속세 재원이 필요해집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두 사람이 지난달 이틀 간격으로 똑같이 적지 않은 주식을 처분했다는 점입니다. 문 대표는 569만391주(41.80%) 중 4월5일 50만주를 시간외매매로 블록딜해 보유주식이 519만주로 감소했습니다. 이틀 뒤 문 회장도 50만주를 시간외매도, 153만주가 됐습니다. 매도가격은 그날 주가보다 낮은 주당 2만1650원이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주식을 일부 줄였어도 여전히 상당한 지분율이긴 합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전 하이록코리아는 주총에서 쿼드자산운용 등이 요구한 주주제안을 간신히 부결시켰다는 사실을 복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쿼드자산운용은 하이록코리아가 자회사였던 협동정공, 하이록단조를 문 대표와 일가에 넘겨 개인소유 회사로 만들어 주주이익을 침해했다며, 경영진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내부거래 기업들을 흡수합병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주주제안에 담았습니다. 국민연금, 마이다스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등도 여기에 힘을 실었습니다. 7% 지분을 가진 피델리티가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주주제안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41.8%대 34.4%라는 표대결 결과를 보면 경영진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최대주주가 각각 50만주씩 100만주를 매도했으니 이상하게 보일 만합니다. 
 
상속세를 줄이는 한편 납부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매도이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외부에 파킹할 목적으로 매도했을 가능성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배당이 목적이라면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없습니다. 대주주에게도 배당을 늘려주는 것이 좋은 상황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실적이 증가하는데 배당을 늘려줘야 할 이유도 있다면 투자자들도 기대감을 품을 만합니다. 하이록코리아는 지난 2015년에 매출액 2020억원, 영업이익 534억원, 순이익(별도) 431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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