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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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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소아과 오픈런

2023-05-08 13:30

조회수 : 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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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특정 매장의 문이 열리기를 이른 시간부터 기다리는 행렬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보통 명품 매장에서 많이 목격이 되지요. 
 
그런데, 최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픈런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소아과입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한 겨울 독감도 지나갔다지만 환절기는 어쩔 수 없는지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어김없이 콧물과 기침을 달고 삽니다. 그 동안 감기를 심하게 앓지 않은 탓일까요. 올해의 환절기 감기는 유독 심한 편인데요. 우리 집 애들 뿐 아니라 아이 친구들 중에서도 한 달 넘게 항생제를 끊지 못하고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다드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저희 집은 그나마 소아 의료 인프라가 괜찮은 편입니다. 동네에만 소아과가 3곳이나 있고, 소아 진료를 하는 이비인후과도 몇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에만 두 곳이 있다는 어린이 전문 병원도 지척에 있습니다. 
 
이런 곳임에도 요즘 이 동네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느 병원을 언제쯤 가야 대기 시간이 가장 적게 드는가 입니다. 위에서 나열한 모든 병원들이 모두 운영을 하는 평일이 그나마 선택지가 많은 편이지만,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인 오전 10시 이전, 하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후 4시 이후는 시장통이 따로 없습니다. 
 
'똑딱'이라는 앱으로 병원 내방 전 접수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특정 인원 이상이 되면 이용이 불가합니다. 현장 진료 접수도 받아야 하는 병원에서 플랫폼 사용을 막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현장 접수가 만만할까요? 어린이 환자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기본 대기 시간만 2시간입니다. 
 
병원들이 문을 닫는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는 어떨까요? 이때는 부디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만을 두 손 모아 비는 수 밖에 없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운영을 하는 어린이 전문 병원이 있으면 뭐할까요. 오전 9시 진료를 위한 번호표 배부가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 번호표를 받기 위해 새벽 6시부터 병원 앞에 진을 치고 줄을 서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미 흔한 광경이 됐습니다. 매주 일요일 동네 온라인 카페에는 "ooo병원 오늘 접수는 마감됐다"는 글이 올라오는데요, 보통 오전 10시 전후로 당일 오후 접수까지 번호표가 소진되고 있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오전 대구의 이비인후과에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대구 지역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최근 많은 환자로 연일 접수가 마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서도 상황이 이런데, 소아과 자체가 드문 곳에서는 어떨까요. 생각만해도 아득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겠지요. 이런저런 이유들로 소아과 의사는 사명감이 없이는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직업이 됐으니까요. 
 
오늘 아침 한 기사에서 보니 지난해 부산 지역 대학병원에는 소아과 전공의가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기사에는 "저출사나 대책이랍시고 쏟아내면 뭐하나, 아픈 애 고쳐줄 병원도 없는데"라는 댓글이 달려있었습니다. 
 
씁쓸한 현실이 느껴질 때 즈음, 카톡이 옵니다 큰 아이 친구 엄마네요. "오늘 △△소아과 몇 시쯤 가야 덜 기다릴까요? 똑딱은 벌써 마감이던데" 시간은 소아과가 문을 연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전 9시40분경. 내가 병원을 안가도 되는 상황을 감사한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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