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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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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지표 디벼보기)'루이비통 논란' 나라셀라 IPO 공모가 적정한가

피어그룹서 루이비통 뺐지만 여진 계속

2023-04-1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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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 와인업체들은 호황을 누렸습니다. 혼술족을 등에 업고 시장을 확대, 지난해 기준 약 1.5조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에 국내에 와인을 수입 판매하는 나라셀라가 IPO에 나섰습니다. 나라셀라는 국내 와인시장이 향후 2~3배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이번에 조달하는 공모자금으로 판매채널을 키울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모가 산정을 두고 잡음이 생겼습니다. 피어그룹 적정성에 대한 논란입니다. 
 
온·오프 판매채널 확대 투자
 
나라셀라는 유명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는 대형 와인 유통업체입니다. 미국 나파밸리의 케이머스, 덕혼과 칠레 몬테스를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각지에서 120개 브랜드, 1000여종의 와인을 수입 유통하고 있습니다. 압구정, 송파, 종로, 여의도 등지에 자체 매장도 갖고 있습니다. 와인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루일과 매장도 세 곳이 있습니다.
 
나라셀라 리저브 압구정 매장 (사진=나라셀라)
 
나라셀라는 국내에 와인 붐이 일어난 것을 발판삼아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울 생각입니다. 이번 공모로 319억원을 조달, 물류센터를 구축(10억원)하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50억원)하며, 리테일 매장(20억원)도 더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나라셀라가 수입하는 와인은 작년 기준으로 미국 비중이 37.5%로 가장 높습니다. 다음이 칠레(21.7%)와 프랑스(21.0%)이며 이탈리아 와인은 6.9%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에 70억원을 투입해 미래를 잠재수요 개발을 위한 독자적인 유통채널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와인수입사가 아니라 유통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나라셀라의 유통채널별 매출비중(세전)은, 도소매 및 레스토랑이 20.6%, 백화점과 할인점이 각각 23.3%, 23.4%. 편의점 11.88%입니다. 하지만 신세계가 나파밸리 와이너리를 인수하고 또 다른 대기업이 와인 유통사를 설립한 것처럼, 나라셀라에게 와인을 공급받던 유통업체가 딴 맘을 품을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자체적인 판매채널을 구축해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난해 와인 수입금액 기준 나라셀라의 시장점유율은 약 11.4%입니다. 
 
피어그룹에 명품업체가 
 
업력과 규모가 있는 와인 수입업체가 미래 성장과 생존을 위해 공모에 나선다는데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논란이 생겼습니다.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대상에 글로벌 명품업체를 넣었기 때문입니다.
 
나라셀라와 경쟁하는 국내 업체로는 신세계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가 있습니다. 매출과 이익 규모에서 서로 큰 차이는 안 나지만 어쨌든 넷 중에서는 나라셀라 실적이 제일 적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비상장기업이라서 피어그룹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장기업 중 주류업체로 대상을 넓혔습니다. 국내 증시에선 하이트진로가 포함됐습니다. 
 
해외 증시에는 와인업체가 많습니다. 일단 ‘와인&증류주 도매업(Wine & Distilled Alcohol Wholesalers)’에 속하는 상장기업 24개사 중 재무, 상장기간,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멀티플 등 여러 기준으로 걸러낸 기업들을 추렸습니다. 
 
LVMH의 샴페인 돔페리뇽 (출처=LVMH)
그런데 하필이면 여기에 모에헤네시루이비통(LVMH)이 포함됐습니다. 명품으로 유명한 LVMH는 사실 돔페리뇽, 모엣샹동 샴페인과 꼬냑의 대명사 헤네시 등 술도 만들어 팝니다. 하지만 지난해 LVMH의 매출액 792억달러 중에서 해당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주가도 명품사업에 의해 좌우되겠죠. 
 
공모가 산정을 두고 생기는 논란은 대부분 피어그룹 때문입니다. 2021년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피어그룹에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을 넣어 기업가치를 35조736억원으로 추정했다가 금융당국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진단키트를 만드는 SD바이오센서는 해외 바이오업체들과 비교, 공모가를 부풀렸다가 정정신고서를 두 번이나 내야 했습니다. 희망공모가도 확 내렸습니다. 라이온하트는 ‘넘사벽’ 블리자드, 넷이즈를 넣었다가 비난을 샀습니다. 가장 최근엔 오아시스도 논란이 됐습니다. 
 
피어그룹으로 논란을 자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은 IPO의 생리에 기인합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IPO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유 외에도 창투사, 벤처캐피탈, 세컨더리펀드 등 먼저 투자했던 이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챙겨 엑시트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들의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몇 년 내 상장을 추진한다’와 같은 조건을 넣기도 합니다. 신규 자금이 필요해 IPO를 한다면서 대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공모주식에 포함해 비난을 받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모가를 높일수록 이들의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피어그룹 선정에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생깁니다. 
 
 
LVMH 교체해도 희망공모가 그대로 
 
결국 나라셀라는 LVMH를 이탈리안와인브랜드로 교체했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됐으니 이번 공모는 충분히 매력적일까요?
 
앞서 설명했듯, 나라셀라는 와인을 수입해 도매 또는 소매로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비교대상은 모두 제조해서 판매하는 기업들입니다. 직접 만들어 파는 것과 그걸 사서 파는 것은  다르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더구나 LVMH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다른 기업들이 여전히 비교군에 있습니다. LVMH만 비싼 명품 이미지 때문에 타깃이 된 것이죠. 그러니 LVMH가 빠지고 다른 기업이 대신했다고 해서 희망공모가가 낮아진 것은 아닙니다. 
 
피어그룹의 PER 평균은 23.33배입니다. 여기에 나라셀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반영해 산출한 평가액은 주당 3만2188원, 이걸 할인해서 정한 희망공모가가 2만2000~2만6000원입니다.
 
지난해 나라셀라의 매출액은 21%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6% 감소했습니다. 이것을 코로나 특수가 끝난 것으로 해석할지 와인산업의 성장 과정 중 한때로 볼 것인지는 투자자에게 달렸습니다.
 
나라셀라는 전통주 외에 온라인 거래가 차단돼 있는 법 제도가 정비되길 기다리며 온라인 채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또 올해는 해외 와인 직구 플랫폼을 구축하고 내년엔 콜키지 배송, 와이너리 투어 등을 만들 계획입니다. 성장전략은 뚜렷해 보입니다. 단 공모가에 대한 평가는 다른 얘깁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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