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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세로'의 외로움…여친이 해답?

2023-03-28 11:15

조회수 : 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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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세로가 지난 23일 울타리를 부수고 도시를 탈출해 떠돌다가 생포돼 다시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육사에 따르면 동물원으로 돌아온 세로는 완전히 삐져있어 간식도 잘 먹지 않고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23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인근에서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주택가를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자 제공)
 
SNS상에서는 세로에 대한 패러디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어쩐지 씁쓸합니다. 당장 사람의 눈에야 순하고 아름다운 동물을 마주하니 귀엽지만 실제 세로의 마음은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죽하면 동물원을 빠져나왔을까요. 사람이 보기엔 해프닝일지 몰라도 세로의 인생을 놓고 보면 소리 없는 절규에 가까울 것입니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얼룩말이 낯선 도심 한복판으로 뛰어든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초원을 뛰어다녀야 할 세로는 좁은 공간에서 부모를 잃었고, 친구 또한 없었다고 합니다. 무리생활, 넓은 공간 등 어느 것 하나 세로의 본능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단편적으로는 부모를 잃고 반항아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세로의 행동에는 본성에 대한 갈증도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동물권을 주장하기보다는 그저 눈높이를 맞춰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7일 방영된 MBC '결혼지옥'에서는 결혼 후 자신이 운영하던 미용실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 포천으로 떠난 아내가 나왔는데요. 방송 내내 울던 아내는 외롭다고 수없이 얘기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외딴섬'에 있는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가 있던 곳을 벗어나는 일, 즉 많은 관계와 무리를 잃는 일은 이토록 괴로운 일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인 미용실을 그만두고 나서 엄청난 상실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아내는 남편이 있어도 더 외롭다고 호소했습니다. 관계가 단절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한없이 깊은 우울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세로의 탈출은 1차원적인 반항이 아니라 마음껏 뛰놀 수 없는 환경과 관계의 단절이 낳은 비극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내년엔 암컷 얼룩말을 합사해 여자친구로 만들어 주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해답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남편이 있어도 낯선 곳에서 가족과 친구 없이 외롭다던 결혼지옥 아내와 오버랩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세로가 던져준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먼저 동물들의 사육환경을 돌아봐야겠습니다.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기적인 욕심일 수도 있으나 여러 동물을 보고 교감하고 배우는 일이 아예 의미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슴 아파하면서 동물을 보는 일이 없도록 사육환경이 확 달라졌으면 합니다. 동물 특성에 맞게 서식지를 재현하고 공간을 아주 넓게 사용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좁디좁은 곳에 갇혀 극심한 스트레스로 상동행동 등 이상행동을 하는 동물을 보고 싶은 사람을 없을 것입니다.
 
동물을 개체 수를 줄이더라도 동물 한 마리에게 할당되는 공간을 넓혀 보는 사람도, 동물도 덜 아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 사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동안 돌아보면 동물원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소홀했다는 뜻이겠지요. 이제라도 세로의 탈출을 가슴에 새기고 세로의 입장에서 동물원이 변화하기를 기대합니다.
 
  • 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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