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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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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그들은 누구인가...MZ가 말하는 MZ

2023-03-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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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職業倫理(직업윤리) (4) 價値觀(가치관) 달라 世代間(세대간) 갈등 심화' 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1989년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新世代(신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26) 일과 私生活(사생활) 엄격히 구별 (경향신문, 1993-12-06)
 
흔들리는 職業倫理(직업윤리) (4) 價値觀(가치관) 달라 世代間(세대간) 갈등 심화 (경향신문, 1989-10-25)
 
마치 ‘90년대생이 온다’, ‘MZ세대’를 연상케 하는 기사 제목입니다. 오늘 나왔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지만, 무려 30년전 기사입니다. 네이버의 ‘뉴스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면 옛날 신문기사도 검색해서 볼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 ‘퇴근’ ‘문화’ 등의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니 이런 기사들이 뜨네요. 당시 ‘신세대’였던 이들이 다시 ‘기성세대’가 되어 ‘MZ세대’가 독특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셈인데요, 아마 MZ세대도 기성세대가 되면 새로운 세대를 특이하다고 하게 되겠죠. 세대 문제라기보다는 생애주기별 나이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죠. MZ세대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기도 한데요, 밀레니얼+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라 20대부터 40대까지 모두 해당됩니다.
 
MZ는 사실 ‘요즘것들’의 좀 더 세련된 명칭입니다. SNL의 주기자부터 시작해서 MZ오피스가 약자 조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서툴고, 어리숙한 모습을 희화화했기 때문입니다. MZ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느껴집니다. 주 기자가 나왔을 당시에도 저는 물론, 주변에서도 “내가 말할 때 주기자처럼 보일까봐 염려스럽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MZ오피스가 진짜 재밌고 웃기다면서도, 한편으론 걱정하더군요. 본인도 사무실에서 일할 때 MZ오피스스러운가 싶어 눈치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요즘 MZ세대’라는 말을 한두번 들은 게 아닙니다. 요즘 MZ는 MZ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라고요.
 
미디어에서 말하는 ‘MZ’는 어떤가요. 당차보이려고 애써 노력하지만, 목소리는 어설프게 경직되는가 하면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근무를 하죠. 자신보다 연차가 낮은 이들에게 “이것들이...막내가 감히?”라며 ‘젊은꼰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식사를 하다가 반찬을 더 집어와야하는 등 ‘막내’가 수행해야 할 일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등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요즘 세대가 독특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사회 초년생이다보니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 같기도 합니다.
 
정치권에서 MZ가 호명될 땐 신자유주의를 온몸으로 체화한 세대로 그려집니다. ‘공정성’에 민감하고, 탈정치화된 세대로 묘사됩니다. 말하자면 서울사는 고학력 대기업 사무직 이성애자를 이야기할 때 MZ세대를 호명합니다. 이렇게보면 넓었던 MZ세대는 굉장히 협소한 의미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이야기가 ‘MZ세대’ 이야기로 탈바꿈되면서 전체 청년세대의 목소리인 것처럼 확대해석되는 데 있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땐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이었습니다. 3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의미입니다. 그 당시에도 비판은 많았는데요, 말하자면 정유라씨도 N포세대라는 거죠. 88만원세대, 3포세대, N포세대와 마찬가지로 세대론이 가진 함정입니다. 계급과 계층, 성별이 다른 이들을 ‘청년’이라고 한 데 묶다보니 생기는 일입니다. 마케팅 용어 정도로 쓰이면 재미있었던 MZ세대론이 정치권 담론, 일상으로까지 확대되니 상당히 피로해집니다. 정작 MZ세대는 공감하지도 않고요. 다만 ‘N포세대’가 몇 년을 지나니 할말 다하고, 당차고 공정에 민감한 MZ세대로 탈바꿈됐으니, 차라리 상황은 나아진 걸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주변 MZ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여전히 학생운동을 하는 친구도 있고요, 노조 상근직에 근무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탈정치화는 모르겠지만, 탈이념적인 경향은 보입니다. 정파성을 떠나 기후와 환경, 소수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활동을 하는 친구도 많고요. 기후위기나 젠더에 관한 감수성은 확실히 세대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꼭 경쟁을 좋아한다거나 비틀린 공정성을 추구하지만은 않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MZ도 있지만, 정작 그 비정규직도 MZ거든요.
 
더글로리의 가해자 박연진도 MZ지만, 문동은도 MZ입니다. 그보다 한참 어린 ‘다음소희’의 현장실습생도 MZ고요. 이렇게 보면 참 혈액형만큼이나 무의미한 게 MZ세대론 같네요. “요즘 애들은 그렇다”는 말에 숨기보다 차라리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는 건 어떨까요.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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