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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금감원장직, 사람 보다 시스템이다

2023-03-10 17:37

조회수 : 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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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는 곳마다 상생금융의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해 상생금융 확대방안을 격려하고, 금융소비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했습니다. 국민은행은 다음주부터 신용대출을 포함한 전 가계대출상품 금리를 최대 0.5%p인하합니다.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이자를 경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지난 8일에는 부산은행 본점을 찾았는데요. 부산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가계대출의 신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총 1.6조 규모의 지원안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라 그런가요.
 
윤 대통령이 '은행의 성과급 잔치'를 비판하며 "은행의 과점을 깰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지시를 내리자 이 원장 역시 금감원 간부들에 이같은 방안에 대해 주문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금감원이 할일은 아닙니다. 금감원은 금융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목적법인의 감독기관이지, 정책기관이 아닙니다. 이를 두고 '금융위 패싱' 이나 '월권행위' 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은행권 제도개선관행TF가 2번이나 열렸는데요. 여기서 금감원의 존재감은 별로 없습니다. 모든 것을 금융위가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그것이 순리(?)에도 맞고요. 금융위는 TF회의가 열릴 때마다 백브리핑을 열고 내용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에 맞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닐까요.
 
이복현 원장 이후의 금감원장도 이같은 '위세'를 누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원장이 금융권 전반에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상생금융을 이끌어낸만큼 차기 금감원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 같습니다. 정권과 친밀도에 따라 발언의 무게감과 효과가 달라지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냉혹한 현실 같습니다. 실세의 인물이 조직을 좌우하다 떠나고 나면 그 조직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직은 사람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야 합니다. 
 
지난 9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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