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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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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홀에 퍼진 화웨이의 전술

2023-03-07 13:50

조회수 : 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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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다양한 잣대로 평가를 받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입찰을 붙이면 가격으로 화웨이를 이길 수가 없다' 혹은 '동일 가격에서 화웨이 성능이 제일 앞선다'와 같은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국내 사업자들도 '백도어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말을 하지만, 백도어 이슈가 없다는 점도 증명할 수 없어 논란의 종지부는 찍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백도어 이슈는 화웨이의 성장을 갉아먹는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 탓에 화웨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는 불참했습니다. 하지만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는 삼성전자(005930)의 5배에 이르는 부스를 1홀에 마련했습니다. 9000㎡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꾸렸습니다. MWC 주최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서 규모 확대를 요구하자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부스를 키운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화웨이가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고, CES에서 보여주지 못한 건재함을 이번 MWC에서 보여주려는 목표가 주최측의 요구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입니다. 
 
1홀 화웨이 전시장 뒷편에 마련된 화웨이 가든. (사진=뉴스토마토)
 
논란의 기업이지만, MWC에서 보여준 화웨이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5G와 6G 중간 단계인 5.5G 어젠다를 제시하며 선보인 장비나 화면이 바깥쪽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 메이트 Xs-2와 같이 기술적 진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부스 뒤편에 일반 전시홀 규모로 가든을 만들고 화웨이 직원들과 화웨이 부스를 방문한 바이어들, 관계자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화웨이 관계자도 이곳에 대해 "이 가든을 보지 않고는 화웨이 부스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화웨이가 강조하는 그린 네트워크(탄소절감)을 보여 주는 듯한 초록빛 배경에 음식과 대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에는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공연단의 전통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화웨이의 근간이 되는 중국의 문화를 자연스레 소개하며 그 속에 기술과 세일즈를 담아냈습니다. 일종의 문화마케팅인 셈인데, 기술 경연이 주를 이루는 무대에서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화웨이의 문화를 퍼트리려는 MWC 전술은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세를 넓히는 방법과도 엇비슷합니다. 화웨이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통신망을 구축해 주고, 이 시장에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파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간다는 2008년부터전국 데이터 기간인프라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2400㎞에 이르는 광섬유케이블 설치 작업을 해왔습니다. 중국수출입은행이 1억700만달러를 댔고 화웨이가 사업을 맡았습니다. 화웨이와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사례들을 넓히고 있는 것입니다. MWC 속에 숨겨진 화웨이의 가든도 어찌보면 관계를 끊을 수 없는 화웨이식 사례 중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단순 기술적 비즈니스뿐 아니라 시장 자체를 주도하려는 전술에 대해 국내 기업들도 한번쯤 되새겨볼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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