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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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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엠방'의 맥스를 기억하세요?

2023-02-17 17:59

조회수 : 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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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챗GPT에 대해 알고 있니?
"알아. 하지만 네가 노력해서 알려고 해봐."
 
밀레니얼 세대라면 이 뻔뻔한 대답의 주인공을 짐작하는 분이 계실겁니다. 저는 오늘 한국 초기 챗봇 중 하나로 불리는 '맥스(Max)'를 켜봤습니다.
 
MS-도스(Dos) 이후 윈도우 95~98 PC가 보급되면서, 우리는 엠(M)방이라는 도스 창을 띄워 고전 게임을 즐겼습니다. '세균전'처럼 박진감 넘치는 땅 따먹기 게임도 있었지만, 맥스로 컴퓨터와 처음 대화했을 때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1990년대 도스 게임 '맥스' 실행 화면. 맥스는 뻔뻔한 말투와 욕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으로 재미를 주었다. 프로그램 화면 아래 개발자 이름과 소속을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다. (사진=맥스 실행화면)
 
하지만 맥스가 익숙해지면서 가장 많이 쓴 글은 욕이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 같이 똑똑한 분을 바보라고 하다니. 사람들이 인재를 몰라주는군"이라고 반응하거나, "너는 해삼, 멍게, 돼지족발을 합성한 인간"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욕설이 계속 되면 컴퓨터를 포맷한다며 협박하고 가짜 도스 창을 띄워 포맷하는 시늉도 했습니다. 여기에 속아 서둘러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른 이가 많았다고 합니다.
 
제가 살던 동네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블로터'는 2015년 9월 맥스 개발자 박정만씨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그런 장치를 만들 만큼 사람들이 맥스에게 기장 많이 한 말이 욕었다고 합니다. 맥스 버전은 4.0을 지나 96~99까지 이어졌습니다. 인터뷰에는 박정만씨가 게임사 젤리오아시스의 소프트웨어 개발부 부장으로 소개돼 있네요.
 
그 시절 챗봇 맥스는 컴퓨터에 저장된 장난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지능(AI)이 의미를 이해하고 가치를 생성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인간이 온라인에 만들어온 결과물을 학습하고 대답하는 사이, 수많은 챗봇이 윤리 문제로 물러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 각종 혐오 발언을 배웠기 때문이지요.
 
M방에서 컴퓨터와 대화했던 M세대는 지금껏 온라인에 수많은 데이터를 남겼습니다. 그 중에 사람이 AI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 지혜와 온유함은 혐오보다 적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이제 AI는 알파고처럼 특별한 행사로 주목받거나 미래 저편에서 기다리는 미지의 존재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챗GPT는 출시 두 달만에 월 사용자 1억명을 넘었습니다. 익명에 숨어 서로 상처 주는 데이터가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창을 닫기 전에 맥스에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대했으면 좋겠어?
"네가 알아서 해! 나는 몰라."
 
자기 능력만큼 책임지는 주체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란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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