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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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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침범, 장군들보다 더 큰 책임은…

2023-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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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영악한 꼬리자르기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12월 용산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까지 뚫린 북한 무인기 침범 사태와 관련해, 군 지휘부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이번 사건 검열 결과, 상황 전파와 무인기 대응 작전 발령 지연, 격추 실패 등의 문제점을 파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기 북부를 담당하는 1군단이 처음 추적한 북한 무인기 항적 정보가 서울 방어의 핵심인 수도방위사령사로 넘어가지 않았고 △신속한 정보 공유를 통한 육군과 공군의 체계적 방공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군은 (무인기 침투 대비태세) 두루미를 늑장 발령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징계는 구두 또는 서면 경고뿐입니다.
 
군의 작전·정보 실무책임자인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원천희 합참 정보부장(소장)을 비롯해 강호필 1군단장(중장), 김규하 수도방위사령관(중장), 박하식 공군작전사령관(중장) 등은 ‘서면 경고’, 작전 총괄 책임자인 김승겸 합참의장은 그보다도 약한 ‘구두 경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터무니없는 경징계를 한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 무인기 침투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군 지휘부를 중징계할 경우 무인기를 보내 군 대비태세를 흔들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은 보직해임까지 생각했으나, 이런 점들을 감안해 징계 수위를 대폭 낮췄다는 후문도 나옵니다.
 
장군들 경징계 비판 분출의 이면에는…
 
국방부 결정을 놓고 “솜방망이 처벌”, “셀프 면죄부”, “이래서 기강 서겠나”, “2019년 북한 목선 입항 사건때는 보직해임 당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디지털 장비가 다 설치돼 있는데 유선전화로 보고하고 있었고, 그나마 수방사는 제외됐고 게다가 이런 중대 상황에 대한 징계가 구두·서면 경고뿐이라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장군들 경징계에 대한 비판과 공분은 타당한 것이나, 정작 본질적인 책임 소재는 가려지고 있습니다.
 
전장 2~3m 남짓 크기인 무인기는 애초 레이더 탐지가 어렵습니다. 2014년 봄 북한 무인기 침범사건을 계기로 200억 원을 들여 이스라엘제 저고도 탐지 레이더 RPS-42 10여 대를 도입했으나 최대 탐지 거리가 10km에 불과해, 휴전선 전체를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난해 12월 26일 한국 상공을 침범했던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용산의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다만 특정 거점 방어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전 청와대에서는 무인기 등 공중 위협에 대비해 가장 바깥쪽에 R-75(비행제한구역)을 설치하고 여기에 들어오면 ‘경고방송’,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8.3km 동심원인 P-73(비행금지구역) 브라보 안으로 들어오면 ‘경고사격’, 반경 3.7km인 P-73 알파 안까지 들어오면 ‘격추사격’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처럼 배후에 산도 없고 완전 도심인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다 보니, 서울 강남 지역이 다 걸리는 P-73 브라보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경고사격을 준비할 구간이 축소됐고, 그 결과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 방어를 위한 비행금지구역을 약 700M 침범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수방사 지난해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 축소 안 돼”…윤 대통령이 정전협정 위반 책임 당사자
 
이런 문제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논의 단계에서 이미 다 지적됐던 사안입니다. 야당은 물론이고 수방사까지 반대했습니다. 수방사가 지난해 5월 합동참모본부에 “적(북한)의 공중 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 위협이 감소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P-73 공역을 줄여선 안 된다”는 공문을 보낸 것입니다.
 
그런데도 별다른 준비 없이 대통령실을 이전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 TF’(팀장 윤한홍 의원)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경징계든 중징계든 김승겸 합참의장 등 장성들에 대한 문책은, 눈에 훤히 보이는 꼬리자르기일 뿐입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 할 사안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북한에서 무인기 1대가 내려왔다면 우리는 2대 또는 3대를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우리 무인기 3대가 휴전선 이북으로 올라갔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이 부분을 문제 삼아 남한도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북한이 저지른 100% ‘일방과실’사건을 쌍방과실 사건으로 변질시켜 버린 게, 바로 대통령이었던 것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사실 장군들을 중징계하기도 쑥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정작 더 큰 책임자들은 따로 있으니 말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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