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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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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서점의 호갱

2023-01-26 16:54

조회수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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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은 교육 업계의 가장 큰 대목입니다. 새 학년을 맞이하는 아이들(부모님)의 학습 열기가 가장 높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교육기업들도 이를 노리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요즘 가장 두려운 곳은 서점입니다. 
 
지난 연휴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대형 서점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책 구경도 하고 서점 안에 입점한 문구·완구 코너에서 아이 친구들 선물도 살 겸 겸사겸사 찾은 것이었는데요. 아이 손을 붙들고 서점에 들어선 순간 저 멀리서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옵니다. 손에는 서류 뭉치와 선물 꾸러미를 들고요. 한 눈에 알아챘습니다. 학습지 영업이구나. 
 
이미 그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주일 무료체험을 했던 터라 '괜찮습니다' 라고 돌아서는 찰나, 아이를 챙기느라 경황이 없는 틈을 노리고 속사포같은 말을 내뱉으십니다. "저희 그 브랜드 아니에요~ 저희는 타사보다 인공지능(AI) 학습 구성이 뛰어나고요, 아이들 심리 케어도 해줘요" 그래도 괜찮다고, 정 필요하면 연락드릴테니 명함 있으시면 달라 했더니 "일단 오늘은 이름만 적어주시면 돼요. 무료 체험 원치 않으시면 해피콜 올 때 말씀 주시면 돼요"라고 또 한 번 붙잡습니다. 그러면서 아이한테는 "선생님이 풍선으로 칼 만들어 줄까?" 하면서 물량 공세를 펼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아이는 저 만치 풍선을 받으러 떠났고 제 손에는 신청서 종이가 들려져 있습니다. 
 
애미 속도 모르고 '풍선 칼'을 받고 신난 아들. 너 어차피 그거 안할거잖아. (사진=김진양 기자)
 
'그래, 어차피 해보고 맘에 안들면 안하면 그만인 것을. 이분도 일하고 퇴근하셔야지'하는 맘으로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그렇게 한 손 가득 학습지 안내문과 사은품 꾸러미를 들고 있는지 5분이 지났을 까, 또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십니다. "저 그 학습지는 무료체험 해봤어요"라고 거절했지만 "무료체험 2개월 지났으면 한 번 더 가능해요"라고 붙잡으십니다. 그러곤 위와 같은 '절차'를 한 번 더 겪었습니다. 결국 제 다른 한 손엔 또 다른 사은품 꾸러미가 남았습니다. 
 
요즘 집 근처 대형서점을 갈 때마다 유초등 학습지 영업사원을 마주한다. (사진=김진양 기자)
 
서점을 나오던 길. 제가 마주치지 않은 제3의 업체 홍보 매대가 보입니다. 자칫했음 무료체험을 세 번이나 할 뻔 했다는 얘기지요. 쇼핑을 마치고 식당가로 향했습니다. 아이가 있는 테이블마다 저와 같은 사은품 꾸러미가 눈에 보입니다. 저만 호갱은 아니었나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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