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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윤석열정부의 '이념 외교', 누구에게 이익인가

2022-12-26 06:00

조회수 :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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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양 정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상호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가자는 데 공감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9월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약식회담 결과 서면브리핑)
 
"한미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입니다."(11월14일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 윤 대통령 모두발언)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 그리고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고 말했고, 이후 거의 모든 외교 현장에서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외교 전면에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외교 비전 아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지구촌 번영에 기여"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했고,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와 한일 관계에 대해 각각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 전개", "셔틀외교 복원을 통한 신뢰 회복 및 현안 해결 등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한일 미래협력관계 구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국가들 중심의 ‘가치 외교’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동북아 안보 현실에서는 중국과 북한에 맞서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라는 ‘이념 올인 외교’, ‘진영 외교’로 귀결된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역대 한국 정권이 크게 보면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이라는 틀 안에 있었지만, 윤석열정부처럼 노골적인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이념 올인, 진영 외교’가 성과를 내고 있을까.
 
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강화됐다는 주장은 흰소리에 불과하다. 지난 5월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갈등했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까지도 “한미동맹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선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동맹의 수명을 다음 세대로 연장했다”는 상찬까지 나왔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0조원), 현대차가 100억달러(약 12조원) 등 대규모 대미 신규투자 계획을 밝혔음에도, 오히려 이 정부 들어 바이든 정부로부터 ‘한국산 전기차 지원금 차별’이라는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9월 말과 10월 초에 한미일은 동해 공해상에서 대잠수함 훈련과 미사일 방어 훈련을 했다. 동해상에서 2주 연속 한미일 훈련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같은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정보 자산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었으나 문재인정부에서 다수의 군사 정찰·통신 위성 발사로 상당 부분 상쇄했다. 또 대북 인간정보(HUMINT), 신호정보(SIGINT, 시긴트)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가 양과 질에서 일본에 앞서 있었다. 물론 유사시 미군의 증원이나 후방 물자 공급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이 필요하겠으나, 그 선을 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긴급 발진하는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 (사진=연합뉴스)
 
“유사시 북한에 반격때 한국 허가 필요 없다”는데…한가한 반응만
 
반면, 윤석열정부의 일본 경사 외교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죽창가 외교’가 한일관계 파탄의 근본 원인인 듯 주장했다. 이는 한일 관계 개선의 책임을 오롯이 한국이 부담하게 만들었고, 해결책도 한국이 내놔야 하는 상황으로 귀결됐다.
 
‘보통국가화’라는 일본 보수우익의 오랜 열망 실현도 방관하고 있다. 일본이 3대 안보 문서 개정으로 평화헌법의 교전권 포기와 전수방위(專守防衛)를 무력화하고 ‘전쟁가능 국가’로 전변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일본 헌법 내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치 않으면서 엄격한 요건 내에서 행사가능하다는 내용을 주목한다”는 따뜻한 논평을 내놨다.
 
더욱이 기시다 정부가 “유사시 북한에 대해 반격 능력을 행사할 때 한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너그럽다. 우리 헌법 3조(영토조항)와 정확히 배치되는 주장임에도 시정 요구나 비판은커녕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할 뿐, ”일본도 여러 가지로 자국 방위를 위한 고민이 깊지 않나 싶다.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논의 가능한 내용”이라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박근혜는 좋아서 천안문 망루에 올랐을까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큰 틀’이라는 표현은, 윤석열정부가 이 사안은 결국 미국이 가르마를 탈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이제까지 북한에 대한 한국의 관할권을 인정한 적이 없다. 한국 전쟁 중이던 1950년 10월29일 이승만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때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가야만 했다. 일본도 북한의 일제강점기 청구권이 남아있다는 입장에서 북한 정권과 협상을 벌였다.
 
윤석열정부는 전임 정부들이 취해온 대외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비판하면서 ‘가치 올인 외교’라는 ‘전략적 선명성’ 노선을 질주하고 있다. 선명해서 화끈하고 멋지게 보일 지도 모를 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윤석열정부 인사들의 기본 이념에 상황조건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이 고민해 볼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좋아서 천안문 망루에 올랐을까.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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