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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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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청약경쟁률 낮아도 시세 올랐다

2022-12-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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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의 일반분양 결과 기대를 밑돈 경쟁률이 나오자 분양이 실패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당첨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을 분석한 결과 낮은 청약경쟁률이 시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뉴스토마토>가 2000년 이후 서울에서 분양한 대단지 중 청약경쟁률이 2 대 1 미만을 기록한 단지들의 분양가와 입주 초기 시세를 비교 분석한 결과, 분양가보다 시세가 하락한 곳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분양 당시 완판에 실패한 미분양 단지를 포함해도, 입주 2년차 이후엔 시세를 회복해 5년 안에 분양가를 크게 뛰어넘었다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경쟁률이 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표>에 따르면, 2013년 여름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공급된 DMC파크자이는 4300세대 대단지 중 1054세대를 일반분양했는데도 고작 103명이 청약해 0.1 대 1의 저조한 분양성적을 기록했다. 당첨자는 물론 조합원들의 우려가 컸지만 입주 직후 나온 첫 실거래부터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2년차부터는 상승폭도 확대됐다.
 
지금은 강북의 맹주 중 하나이지만 청약 당시엔 0.42 대 1로 미달을 기록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입주 초기부터 분양가를 크게 뛰어넘는 거래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상승세를 그렸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으며 상승 에너지를 쌓아가던 무렵에 입주를 시작했으므로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반대로 경기침체기에 분양하거나 입주한 단지들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을까?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분양한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는 2008년 6월에 분양해 불과 9개월만에 입주한 후분양 단지다. 금융위기로 인해 전국이 얼어붙어 있던 시기에 분양대금을 단기간에 몰아서 내야 하는 후분양을 진행했음에도 분양가는 3.3㎡당 3200만원으로 상당히 높았다. 결국 청약경쟁률은 1.86 대 1에 불과했다. 건설사는 항공권에 게스트하우스 숙박권 등을 내걸고 당첨자들의 계약을 독려했으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반포자이의 실패를 지켜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는 그해 10월 분양에 나서며 분양가를 3.3㎡당 20만원 정도 내렸지만 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반포자이의 미분양 사태는 래미안퍼스티지의 청약 미달로 이어졌다.
 
이렇게 고전한 분양이었지만 시세가 제자리를 찾는 데는 딱 1년 걸렸다. 입주 후 2년차부터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의 거래가 이뤄졌다.
 
비싸다는 지적에 결국 분양가를 내렸는데도 1.19 대 1의 경쟁률에 그쳤던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1차도 입주 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다만 멀쩡한 시기에 분양했다가 금융위기 때 입주한 단지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였다. 강동구 암사동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강동롯데캐슬퍼스트는 전용면적 59㎡형만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이 평형은 입주 초기 실거래가가 5억원을 넘기도 했지만 오히려 뒤로 갈수록 거래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입주 5년이 될 때까지 맥을 못추던 가격은 6년을 넘기며 활기를 찾았다.
 
이처럼 공급이 부족하다는 서울 특히 입지가 빼어난 강남3구에서 분양한 단지들 중에도 분양에 실패한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위상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는 단지들도 분양 당시의 국내외 경제와 부동산 시장 분위기, 분양가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의 고난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청약경쟁률은 그 당시의 인기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지언정 시세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 A씨는 “요즘 주가가 약세라서 우량주 매수 후 장기보유하면 좋을 거란 의견이 많던데 부동산도 다를 게 없다”면서 “전체 분위기에 따라 반등과 상승 시점이 미뤄지거나 앞당겨질 수는 있겠지만 길게 보면 결국 개별 단지의 매력도가 시세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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