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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영상)"정치 실종 사태를 고발합니다"…변죽만 울린 윤 정부 첫 정기국회

여야 앞다퉈 "민생 법안 우선 처리" 약속했지만 본회의 통과 0

2022-12-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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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오석준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9월 민생경제 회복을 기치로 호기롭게 닻을 올렸던 올해 정기국회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오는 9일 회기 종료를 눈앞에 뒀다. 애초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각종 민생 법안 통과를 자신했지만, 정치 대신 정쟁에만 열중하며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다.
 
윤석열정부 첫 정기국회 개의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3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경제한파에 떠는 민생을 구할 해결사를 자처했다. 민생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적극적으로 받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민생법안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여야는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할 '중점 민생법안'을 앞다퉈 내놨다. 민생 의제를 먼저 선점한 민주당은 9월22일 기초연금액 인상법, 출산보육·아동수당확대법, 가계부채대책 3법,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 등 7대 법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사흘 뒤 장기공공임대주택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농촌 공간 재생지원법, 아동수당법, 스토킹범죄처벌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 노후신도시 재생지원특별법, 반도체특별법,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10대 법안으로 맞섰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왼쪽) 의원과 이성만(오른쪽 세번째) 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채익 위원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주지 않은 문제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2일 기준 여야의 중점 민생법안 총 17개 가운데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그나마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쌀값정상화법의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 문턱을 넘은 상황이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 절차가 남아 있다. 여전히 여야의 입장 차가 크고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여야가 자신했던 '민생 돌보기'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정쟁 탓이 컸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각종 정쟁 요소가 정치권을 휘몰아치면서 양당 모두 '네 탓' 공방에 매몰됐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가 사정정국으로 정치권을 몰면서 여야가 민생보다는 정쟁에 매진하게 됐고, 대치가 극심해졌다"며 "'이 안은 뺄 테니 이 안은 통과해달라'는 여야 간의 협치가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에는 뚜렷한 국정철학을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9월부터 여야는 극한 대치 전선을 형성했다. 검찰이 9월8일 이재명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같은 날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핵심 인물이자 김씨의 수행비서였던 배모(전 경기도청 5급 사무관)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민주당은 "정치보복 수사"라고 반발하고 윤석열 대통령 고발과 '김건희 특검법' 발의로 맞받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화물연대, 이태원 사고 및 코로나19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월에도 여야의 대치 상황은 이어졌다. 감사원이 10월18일 '문재인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 사실상 월북몰이를 했다'는 중간 감사 결과 발표와 함께 검찰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자 민주당은 "결론을 정해놓고 한 감사 결과로 윤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반등시키려고 전 정부 털기와 야당 탄압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민주당은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골자로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맞불을 놨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지난달 잠시 정쟁 중단을 선언했으나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자 곧바로 다시 격돌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자신들의 파면 요구를 거부한 뒤 지난달 30일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발의했다. 이에 여야가 앞서 합의했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시 특위 위원에서 사퇴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대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야가 서로 물러서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법정시한(12월2일) 내 처리가 무산됐다. 이로써 국회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넘겼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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