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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반복되는 수능

2022-11-17 13:36

조회수 :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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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대학의 교육과정을 거치기 위한 통과의례인 수능이 17일 진행됐다.
 
수능일을 떠올리면 춥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았다. 좀만 쉬운문제가 나와라 기도를 드리기도 했는데, 다른 한편에선 내가 쉬우면 다른 친구들도 쉽겠지란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수능의 본질은 대학의 교육과정을 잘 배울 수 있는지 능력을 평가하는 것인데 실상은 학생을 변별해 대학에 줄세우려는 시험으로 변질됐다. 게다가 2025년경에는 전국 96개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입학 정원 1만 6197명을 줄이는데다 감축 정원의 88%가 비수도권에 쏠려있어 더욱 대학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 입시가 인생에 있어 첫번째 중요한 관문이라는 인식이 퍼진건, 대학 서열화 현상이 고착화된 순간부터였지 않나 싶다. '무엇을 전공하고 싶니?'라는 질문보다는 '어느 대학을 가고 싶니?'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수도권 대학, 비수권 대학의 구분, 국립대와 지방대의 구분, 인서울 대학, SKY출신, 서성한 중경외시 등의 용어는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는 용어로서 이를 진학하지 못하면 마치 패배자인냥 낙인찍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꽤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때는 대학 관문이 그렇게 중요해보였는데, 대학 이후에도 매번 경쟁의 기회는 찾아왔다. 취업준비가 또 중요해지고, 취업을 하고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직준비를 해야하고, 이직을 하고도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은 어디에 있나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매 순간이 수능처럼 입시의 연속이 아니였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월급쟁이가 아닌 개인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차려진 점심 밥상에 고객들의 치열한 평가를 받고,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요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실정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도 부모와 불화가 일어나고, 부모는 비뚤어지는 자식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화가 나온다. 원하는 목표를 돌아보지 못하고 단순히 부모가 원하는 길을 택하면서 가치관에 혼란이 찾아온 대표적 사례로 실제에도 이런일이 종종 발견된다. 사실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문제인 것이고, 평가기준을 획일적으로만 따지려드는 현 교육체계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 하루 수능의 결과로 낙담하거나 으스대선 안된다. 또다른 인생의 수능은 수차례 찾아오기 때문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능을 임하는 자세, 삶의 태도에 있다.
 
202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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