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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차기태의 경제편편)영혼 없는 ‘당국자’들은 떠나라

2022-11-02 06:00

조회수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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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내놓은 보증채무 불이행선언이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 왔다.  증권사도 건설사도 공기업도 지방자치단체도 그 거센 해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 발행하려는 채권은 팔리지 않고, 만기도래하는 기존의 채권은 차환이 안 된다. 금리도 치솟는다. 심각한 ‘돈맥경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3일 50조원 넘는 규모로 긴급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아직 효과가 별로 없다.
 
김진태 지사가 던진 돌덩어리가 이토록 엄청난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진태 사태’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김 지사는 그렇게까지 ‘매도’당해야 하는 것에 대해 억울해할 측면도 있다.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이미 추위를 타고 있었다. 부동산경기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고, 건설사와 아파트 집단대출을 취급한 증권사 등의 금융사들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었다. 김 지사의 선언이 아니라도 금융시장의 경색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그렇기에 김 지사가 한 일은 단지 위기 증상을 촉진했을 뿐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말하자면 주범이 아니라 공범에 불과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어쩌면 김 지사가 어쩌면 금융시장의 흐름과 생리를 잘 몰랐던 탓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가 던진 돌은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고야 말았다.
 
사실 김진태 지사의 조치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를 방관하다시피 한 중앙정부 당국의 무심한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다. 김진태 지사의 선언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점차 이상 신호가 들리고 있었지만, 정부 경제부처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
 
김 지사가 무리한 조치를 들고나왔을 때 정부의 경제부처는 곧바로 움직여야 했다.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김 지사에게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런 조치의 무리함을 설명하고 납득시켜 물러서게 하는 것이다. 김 지사의 소속 정당이 지금의 집권여당이 아닌가.
 
그것이 안 된다면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사후 대책이라도 철저하게 세우는 것이다. 건설사나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의 자금흐름과 시장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동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1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무심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태만한 것이다. 태만의 결과가 얼마나 큰지 또다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번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입법과정에서도 한국 정부는 국익 수호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핵심적인 독소조항이 들어있었는데도, 정부는 꿈쩍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여론이 들끓자 뒷북을 치며 나섰지만, 이미 버스가 떠나간 후였다.
 
뒤늦게 뛴 결과 한국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개선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여러 경로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한다고 하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의 발언을 보면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요컨대 한국 정부의 경제팀에는 영혼이 없는 것 같다. 영혼이 없는 사람이나 조직과 영혼 있는 사람이나 조직은 크게 다르다. 전자는 적극적으로 혹은 주체적으로 나서는 법이 없다. 그저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고 마지못해 처리한다. 이와 반대로 후자는 적극적이고 스스로 판단에 따라 처리하고 움직인다. 사전 예방하려고 시도하되, 안될 경우 대책이라도 신속하게 마련하고 실행에 옮긴다.
 
한국의 요즘 경제부처는 영혼이 없는 집단인 듯하다. 이들 영혼 없는 집단을 그대로 두고 앞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긴 경제부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핼러윈데이 참사의 전후 과정을 보면 모든 부처가 다 마찬가지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방문이 예상되었지만,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그리고 용산구청 등이 충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모두가 한결같이 “매뉴얼이 없었다”는 주장만 한다. 매뉴얼 타령하는 것 자체가 이미 스스로 영혼 없음을 드러내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행정안전부 장관은 납득하기 어려운 말만 거듭한다.
 
영혼 없는 당국자들은 차라리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고생하고 희생당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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